마두로 "유럽에 매여있지 않아"…英·佛·獨 "계획 없으면 과이도 인정"
볼턴 "과이도 탄압 땐 중대 대응 직면"…美, 군사행동 가능성도 시사
마두로, 軍훈련 참관 vs 과이도, 軍지지 촉구…교황 "'공정·평화 해법 기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일주일 정도의 시간 내에 새로운 대선계획을 발표하라는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런 가운데 '반(反) 마두로' 전선을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대한 대응'을 잇따라 경고하며 마두로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는 압박의 고삐를 더욱 조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미국 CNN의 터키어 방송인 'CNN 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유럽 국가들)은 이 최후통첩을 거둬야 한다. 누구도 우리에게 최후통첩을 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마두로는 "베네수엘라는 유럽에 매여있지 않다. 이것은 너무 무례하다"며 유럽 국가들의 요구를 '실수'라고 규정했다.
앞서 지난 26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8일 내로 자유롭고 공정한 대선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동시에 발표한 바 있다. 영국과 스페인도 비슷한 최후통첩을 날렸다.
유럽연합(EU)도 같은 날 베네수엘라가 향후 며칠 내에 대통령 선거 재실시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베네수엘라 외교부 장관은 전날 자국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 같은 유럽의 요구를 이미 거부한 바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과이도 의장이 헌법을 어겼다"면서 미국이 자신의 집권에 반대하는 쿠데타 시도를 하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모든 일은 미국과 관련됐다. 그들(미국)은 우리를 공격하고 있으며 그들은 베네수엘라를 자신들의 뒷마당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 음모의 희생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나는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이것(대화)이 불가능하지 않지만 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 나는 트럼프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했다"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도 내비쳤다.
미국은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퇴진 운동을 이끄는 과이도 의장을 체포하고 야권을 탄압할 경우 더 적극적인 개입에 나설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 외교관들과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지도자인 과이도, 또는 국회에 대한 어떠한 폭력과 위협도 법치에 대한 심각한 공격에 해당하며 중대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도 폭스뉴스 방송에 출연, '마두로가 권력 이양을 거부할 경우 미국은 군사적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어떤 관련국의 대통령이든 특정한 선택지를 테이블에서 내려놓는다면 그 일을 적절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마두로 정권에 대한 대응 수위와 관련, 현재로선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멀베이니 비서실장대행의 이날 발언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베네수엘라의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군사적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은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 사태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군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총력전을 벌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과 함께 파라마카이 기지를 방문해 러시아제 무기를 앞세워 진행된 대공 사격 훈련을 참관하고 기지를 둘러봤다.
베네수엘라 군은 다음 달 10∼15일 대규모 군사훈련을 전개할 계획이다. 마두로 정권은 그간 과이도 의장이 강경 매파에 움직이는 미국의 지시를 받아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과이도 의장은 군부의 지지를 거듭 촉구하고 야권 지지자들을 탄압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그는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민주주의 질서 복원에 참여하는 군인들에게 면책특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공포하고 지지자들에게 사면법을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워싱턴포스트(WP)에서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군부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국제유가 하락 속에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해져 초래된 극심한 경제난과 정국혼란을 못 이겨 많은 국민이 해외로 탈출하는 가운데 지난 10일 두 번째 6년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작년 5월 치러진 대선에서 68%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야권은 유력후보들이 가택연금과 수감 등으로 선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효라며 마두로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분열된 야권에서 일부 후보가 대선에 나섰지만 마두로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하는 과이도 의장은 지난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현장에서 자신을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고 캐나다와 브라질, 콜롬비아 등 중남미 일부 우파 국가들도 즉각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중동국가 이스라엘과 호주도 이날 우방 미국을 따라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진영에 뒤늦게 합류했다.
가톨릭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파나마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82)은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을 두고 양분된 국제사회와 달리 누구 편도 들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 정국혼돈에 대해 '공정하고 평화로운 해법'을 찾아달라고 주문했다.
교황은 "베네수엘라 국민이 직면한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나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선량함과 인권이 존중되는 가운데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정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이 도출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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