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해충돌, 정치권 뜨거운 감자 부상
민주 "전수조사 해야"…한국 "손혜원범죄 은폐의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차지연 기자 = 손혜원 의원에 이어 자유한국당 장제원·송언석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지며 의정활동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장 의원은 작년 말 예결위 한국당 간사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형 장제국씨가 총장으로 있는 동서대가 포함된 교육부 지정 '역량강화대학'에 대한 예산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11월29일 열린 예산소위 회의에서 장 의원은 박백범 교육부 차관에게 "역량강화대학은 자율대학으로 살린다면서요. (역량강화대학 30곳 중 지원을 받지 못하는) 18개 대학은 어떻게 할 거냐"라며 교육부가 작년 8월 지정한 30개의 역량강화대학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기본역량진단은 줄어드는 입학 인구에 대비해 대학 수를 줄이기 위해 진행하는 평가로, 역량강화대학에 속한 4년제 대학은 정원 10% 감축 등 자활 방안을 만들어야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역량강화대학에 장 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동서대가 포함된 데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동서대를 비롯해 총 30개 대학을 역량강화대학에 지정했고, 이 중 예산을 지원받는 12개 대학은 오는 5월 결정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우리 집이 유치원, 전문대학, 4년제 대학을 운영하는데 내가 각급 교육기관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면 모두 이해충돌인가"라고 말했다.
또 "내가 교육부의 정책지원, 예산지원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해 역량강화대학에 일정분의 예산이 확보돼도 내부 경쟁을 거쳐 예산을 받게 된다"며 "동서대가 30분의 1에 해당하는 예산을 받을지 못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아예 이야기하면 안 되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재보선에서 국회에 입성해 예결위원으로 활동한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김천의 김천역을 '제2의 대전역'으로 만들겠다며 앞장섰다.
그러나 김천역 바로 앞에 가족과 함께 4층짜리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렸다.
송 의원은 그동안 김천역을 지나는 남부내륙철도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역설해왔고, 작년 말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는 중부내륙철도(문경∼김천) 건설을 요청했다.
이를 두고 철도역 확장 결정 시 주변 구도심 활성화와 지가 상승으로 본인의 재산상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점 때문에 이해충돌 금지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송 의원은 "철도역사 활성화 요청은 지역구 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으로 부친이 40여년 전 매입한 것을 물려받은 것이므로 투기 의혹과는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공직자 윤리 규범으로서 이해충돌 회피의 원칙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별 사안을 놓고는 날카로운 공방을 주고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기회에 모든 의원에 대한 이익충돌 전수조사를 하자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손 의원 의혹에 공세를 펼쳐온 한국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두 야당 의원이 사적 이익 추구에 공적 권한을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 의혹 제기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요구"라고 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당은 두 의원의 이해충돌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지 말고 엄정하게 조사해서 공당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표창원 의원 역시 관련 기사를 트위터에 공유하며 "이 기회에 모든 국회의원과 친인척 재산, 상임위 발언 등 의정활동 간 이익충돌 전수조사를 요청한다. 후안무치, 내로남불, 정쟁 구습을 타파하고 깨끗한 정치혁신 물갈이를 하자"고 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이 손 의원 투기 의혹을 '물타기' 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장·송 의원 의혹과 관련, "여당이 (손 의원의) 권력형 비리와 범죄에 대해 물타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장 의원 의혹에 대해 "가족이 대학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예결위 간사 활동 자체를 이해충돌로 몰아붙여 손 의원의 직권남용을 두둔하고 있다"고 했고, 송 의원 의혹에 대해선 "40여년 전 부친이 매입해 유산으로 물려준 상가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 의원의 권력 남용 범죄 행위를 묻어버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만희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손 의원 관련 의혹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라며 "민주당이 물타기와 범죄 비호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 정당들은 이들 이해충돌 의심 사례를 강력히 성토하며 두 정당의 태도를 싸잡아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문정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체위 손 의원은 문화를 빙자해 부동산을 사들였고 예결위 장 의원은 교육을 빙자해 형의 대학에 국가지원을 늘렸으며 공무원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송 의원은 국가정책까지 개입하며 재산을 불렸다"면서 "국회의원이 재테크를 위한 수익 모델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 특권의 마지막 빗장인 이해충돌 금지마저 무력화시킬 의도가 아니라면 국회는 검찰 고발이든 전수조사든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한국당을 향해 "손 의원을 가장 앞장서서 비난해 왔는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 격이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며 "한국당 의원들의 행위는 시비를 따질 것도 없이 명백한 이해충돌이다.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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