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변화 시도…안전 부서 신설, 노사정 사고예방협의체 구성
노동계 "한참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람 우선 항만으로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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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물동량 증대와 생산성 높이기에만 급급해 사람은 뒷전이었던 부산항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와 해양수산청 등 항만 당국이 뒤늦게나마 노동자 안전과 복지를 강화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항만공사는 지난해 말 조직을 개편하면서 재난안전부를 신설했다.
공사 설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항만 안전을 전담하는 부서를 만든 것이다.
이를 계기로 항만의 위험요소 실태조사를 벌여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한다고 항만공사는 29일 밝혔다.
관련 예산을 지난해 2억원에서 올해는 6억원으로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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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 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장비인 야드트랙터로 인한 사고를 줄이고자 교통안전공단이 개발한 졸음·부주의운전 예방 장치를 4대 시범 설치했다.
2월에는 신항에도 8대를 추가 설치해 운영하면서 항만 특성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 전 부두에 보급할 방침이다.
위험지역에 노동자가 들어가면 경보를 울리는 사고 예방 장치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각종 폐기물이나 쓰레기 등이 든 채로 유통돼 트레일러 기사들이 이를 청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건강까지 위협받는 빈 컨테이너 실태조사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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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한 달간 신항 1~3부두에서 검역본부, 세관 등과 합동으로 9천200여개를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이 상태 불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만공사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항 성장의 혜택을 누리기는커녕 무한경쟁으로 내몰려 신음하는 연관산업에 대한 지원도 늘리겠다고 밝혔다.
부산해양수산청도 지난해 잇따른 사고를 계기로 안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이다.
항만공사, 항운노조, 항만산업협회, 항만물류협회, 부두 운영사, 항만연수원, 해양수산개발원 등이 참여하는 부산항 안전사고 예방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이달 31일 해양수산청, 항만공사, 항운노조, 항만산업협회, 항만물류협회, 항만연수원 등 6개 기관 대표가 노사정 협약을 체결한 직후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분기에 1회씩 회의를 열어 사고분석 결과와 운영사별 우수 사례를 공유하고 안전관리 매뉴얼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항은 1978년 최초 컨테이너선 전용부두인 북항 자성대부두가 문을 연 이후 양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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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대부두 개장 첫해 50만6천개에 불과했던 부산항 물동량은 지난해 2천167만여개로 42배나 증가했다.
물동량 기준 세계 5위의 항만이자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2위 환적항만으로 그 위상을 자랑한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항만 당국은 새로운 부두를 짓고 더 많은 물동량을 유치하는 데만 신경을 쓰고 노동자 안전과 환경 등은 민간 부두 운영사에 맡겨놓았다.
대다수 운영사는 최소 투자로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많이 화물을 처리해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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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지난해에만 5명이 숨지고 50여명이 다치는 등 해마다 각종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트레일러 기사들이 컨테이너 하나를 싣기 위해 부두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이고, 선사들의 컨테이너 청소 떠넘기기 횡포에 고통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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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오랜 세월 부산항은 양적 성장에 치우쳐 노동자 권익과 안전을 소홀히 해왔다"며 "한참 늦었지만, 항만 당국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여전하다"며 "이제는 항만 당국은 물론 운영사 등이 모두 사람 중심 항만운영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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