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석유기업 제재에 "정치적, 법적 모든 수단 동원해 대응" 주장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국제사회의 퇴진압박에 내몰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국영석유기업을 겨냥한 미국의 제재를 '범죄적'이라고 비난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백악관측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자산 동결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과 관련, 국영 TV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특히 마두로는 영어를 이용해 어눌하지만 강력한 어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베네수엘라에서 손을 떼라(Hands off Venezuela)"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날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앞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기업 PDVSA의 미국 관할권 내 자산 동결과 미국인과의 거래 금지 등을 발표했다.
또 PDVSA의 미국 내 정유 자회사인 시트고의 수익을 베네수엘라에 송금하는 것도 금지했다.
마두로는 "미국이 시트고를 베네수엘라로부터 훔치려 한다"며 "PDVSA의 책임자에게 시트고의 자산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과 국제 법정에서 행동에 돌입하라는 특별 지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마두로는 PDVSA는 모든 법적, 정치적, 경영·상업적 수단들을 동원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의 자산을 방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측은 PDVSA가 마두로 정권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보고 있다.
마두로는 그동안 PDVSA를 이끌어온 기술자 출신의 경영자들을 지난해 모두 물러나게 하고 그 자리에 군 장성 출신을 앉혔다.
PDVSA는 국가방위군 수장 출신인 마누엘 케베도 석유에너지부 장관이 사장을 맡고 있다.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서로 적대적이지만 PDVSA 원유 수출량의 절반은 미국으로 선적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과 쿠바, 러시아 등에 빚을 대신 갚는 데 원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선적분이 실질적으로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자금원이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한다.
원유 수출 일변도의 경제구조를 가진 베네수엘라는 국제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2014년부터 본격적인 위기가 도래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마두로가 2013년 집권한 이래 PDVSA의 생산량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 현재 하루 120만 배럴에 그치고 있다.
한편, 멕시코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과 마두로의 대치 국면과 관련해 자국이 마두로를 지지하는 편에 속했다는 미국 정부의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마르타 바르세나 워싱턴 주재 대사를 통해 밝혔다.
바르세나 대사는 "우리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하지 않고, 과이도 편에 있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는 평화적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제3의 방법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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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대통령 물러가라"…베네수엘라 시위 격화, 35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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