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은 이번 주말부터 러시아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계자는 러시아가 다음달 2일로 정해진 최종시한까지 모든 지상발사 순항 미사일과 관련 장비, 발사대를 폐기하지 않는다면 INF협정의 이행을 정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 협정 이행을 정지시키는 동시에 전면 탈퇴를 선언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탈퇴를 선언하고 완결하는 데는 6개월이 걸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INF협정을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동맹국 지도자들과 협의를 거친 뒤 이를 2개월 연기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마이클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 12월 4일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 외무장관 회의를 통해 러시아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60일 안에 협정이 이행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INF협정은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부터 발효시킨 것으로, 군비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의 결실이었다.
사거리 500~1천km의 단거리와 1천~5천500km의 중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이 협정의 골자다.
미국은 러시아가 2000년대 중반부터 협정의 대상에 들어가는 지상발사 미사일들을 배치하면서 INF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러시아의 신형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9M729이 미국의 신경을 건드린 부분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 측의 주장을 부인하며 오히려 미국이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협정을 탈퇴한다면 또다시 군비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INF협정을 둘러싼 다툼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영국에 거주하는 전직 러시아 스파이의 독살 의혹,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한층 더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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