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덮으려는 사우디에 제동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사건 조사에 나선 유엔 특별보고관이 터키를 방문해 카슈끄지 피살 장소인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대한 현장 조사를 요청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1주일 예정으로 터키를 방문한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특별보고관은 28일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과 만난 후 지난해 10월 발생한 카슈끄지 살해사건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책임 정도를 규명하기 위한 독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 정부에 이스탄불 소재 영사관 및 사우디에 대한 방문을 요청했다면서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가진 정보들에 대한 접근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칼라마르 보고관의 요청을 접수해 검토 중이나 이스탄불 영사관 방문이나, 고위 관리들과의 면담을 위한 사우디 방문을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저널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칼라마르 보고관의 조사는 지난 몇 달간 국제사회의 집증 비난 속에 가까스로 사건을 묻으려는 사우디 정부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저널은 지적했다.
터키 검찰은 29일 중 칼라마르 보고관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터키 당국이 가진 음성녹음을 비롯한 증거들을 보고관 측에 제공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실상 카슈끄지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결론지었으나 사우디 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는 카슈끄지 피살 2주 후 사우디 영사관에 대한 터키 경찰의 수색을 허용했으나 사건 용의자들을 터키로 송환하라는 터키 측 요구를 거절했다.
법의학자 등 일단의 전문가들과 함께 터키를 방문한 칼라마르 보고관은 "지금까지 나타난 모든 증거는 카슈끄지의 살해와 뒤이은 시신 실종이 중대한 인권침해로 자신의 업무 소관임을 시사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조사결과와 건의를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키 검찰은 카슈끄지가 이혼서류률 발급받기 위해 사우디 영사관으로 들어간 직후 살해된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카슈끄지 시신은 이어 영사관 근처 거주지로 옮겨져 화학약품을 사용해 분해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칼라마르 보고관의 조사는 그러나 당사국의 특별 조사요구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유엔의 본격적인 조사에는 못 미치는 것이라고 저널은 덧붙였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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