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노시인이 전하는 따뜻한위로…'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입력 2019-01-29 11:38  

'풀꽃' 노시인이 전하는 따뜻한위로…'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시인 나태주 산문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자세히 보아야 / 예쁘다 // 오래 보아야 /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풀꽃' 전문)
24자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시는 2003년 발표된 후 '국민시'라고 할 만큼 널리 사랑받았다.
올해 74세가 된 나태주 시인은 최근 출간한 산문집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서울문화사)에서 자신의 시 '풀꽃'이 사랑받는 이유를 곰곰이 살펴본다.
그는 '풀꽃'이 인생관 내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봤다.
"나 자신이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임을 발견, 괜찮다, 괜찮다, 이만하면 됐다, 그런 다스림과 함께 만족하는 마음을 가져 행복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게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너도 그렇다'라는 구절이 "분명 세상에서 귀한 존재는 나지만 그 귀한 존재인 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네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고 돌아봤다.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라는 제목에서도 노시인의 '너'를 아끼고 위로하는 소중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산문집의 글들은 크게 인생, 사랑, 행복, 그중에서도 '행복'에 관한 이야기다.
시인은 행복이 무엇인지 물으며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펼쳐 보인다.
수필가 피천득 일화를 소개하며 "상대방을 과분한 사람이라고 여길 때 내가 저절로 행복한 사람이 되고 상대방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길 때 나 또한 저절로 불행한 사람이 된다"고 말한다.
'행복'이란 제목으로 여러 편 시를 쓴 적이 있다며 그 가운데 한편을 소개하기도 한다.
'저녁 /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 힘들 때 / 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 외로울 때 / 혼자서 부를 노래가 있다는 것'('행복' 전문)
나 시인은 우리가 충분히 오늘 행복한 사람들이라며,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니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짚는다.
"우리들이 꿈꾸고 소망하는 행복한 삶은 결코 남의 것이 아니다. 나 자신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이고 이미 준비된 일이고 뻔하고 뻔한 일들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고 그것을 밖으로 현하고 좋은 쪽으로 기르고 성장시키는 일이다."(181쪽)
그는 아침이면 찾아갈 곳이 있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하고 할 일이 있어서 행복하다.
길 가다가 마음에 드는 풀꽃을 만나거나 풍경을 보고 가방에서 연필과 종이를 꺼내어 그림 그릴 때, 하늘의 흰 구름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 때 행복하다.
이렇게 자신의 행복 요건을 탐구하던 그는 당신의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던져 우리 삶의 행복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시가 자신의 삶에 힘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자신의 시 또한 다른 이들에게 도움이, 위로가, 기쁨이, 그리고 축복이 되어주길 시인은 바란다.
"그들이 목마른 사람이라면 한 모금의 찬물이 되고, 그들이 지친 사람이라면 따스한 악수가 되고, 그들이 먼 길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동행이 되고, 그들이 외로운 사람이라면 가슴에 꽃다발이 되어다오."(141쪽)


bookman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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