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돈줄 마르고 채용 줄면서 장시간 근로 더 심해져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벤처기업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반적인 경기하강으로 인해 그 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의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유짠의 최고경영자(CEO) 주닝은 직원들에게 보낸 신년 메시지에서 '996 룰'을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996 룰'은 매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일주일에 6일씩 일하는 중국 벤처기업의 문화를 말한다. 이 경우 주 근무 시간이 72시간에 달한다.
주닝 CEO는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렵다는 화웨이 직원의 지적에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이혼하면 해결된다'는 조언을 했다"며 "직원들의 이혼을 원하지 않지만, 화웨이의 이러한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996 룰은 과거 중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 스타트업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장시간 근무한 데서 나왔지만, 최근 경기하강으로 중국 벤처업계의 돈줄이 마르고 채용이 줄면서 장시간 근무를 강요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국 최대 구인사이트 중 하나인 '자오핀왕'(招聘網)에 올라온 지난해 4분기 인터넷·전자상거래 분야 채용공고는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했다.
온라인 게임 분야의 채용 감소 폭은 더욱 커져서 작년 4분기 채용공고가 전년 동기보다 무려 30%나 급감했다.
전반적인 취업난 확산에 자오핀왕에 올라온 채용공고 1건당 지원자의 수는 평균 32명에 달할 정도다.
지난해 4분기 중국 기술기업이 벤처캐피털에서 자금을 조달받은 건수도 713건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자금조달 규모도 12% 줄어 183억 달러에 그쳤다
SCMP는 "이렇게 나아가다가는 '007 룰'도 나오겠다"는 농담도 중국 벤처업계에서 떠돈다"며 "007 룰은 0시부터 0시까지 7일(일주일) 내내 일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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