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나치시대에 정해진 관련법 개정 요구해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연방정부는 29일(현지시간) 그동안 논란이 된 이른바 '낙태 광고 금지법'을 완화하기로 결정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정부는 임신 중절 수술을 하는 의사들 명단을 연방 보건당국과 독일의료협회가 공표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연방하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연립정부가 합의한 만큼, 새 법안은 내달 6일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나치 시대인 1933년 형법 219a조에 낙태 광고를 금지했다. 병원이 임신 중절 수술을 한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또, 독일에서는 낙태 자체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엄격해 임신 12주까지만 중절 수술이 허용된다.
이에 보수적인 독일 남부에선 임신 중절을 하는 병원을 찾기 쉽지 않아 원거리 병원을 찾거나 다른 나라로 넘어가 수술을 받기도 한다.
낙태 광고 문제는 2017년 11월 산부인과 의사 크리스티나 하넬이 낙태 광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벌금 600유로를 선고받으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하넬은 수술 절차와 부작용 등에 대한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넬은 법원의 판결에 반발해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15만명 정도가 참여했다.
의회에서도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진보진영은 광고 허용을 요구했으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는 지난해 3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사민당 간의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걸림돌이 됐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같은 달 14일 총리 재신임 투표 직전 새 연정에서 타협안이 만들어질 경우 지지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절충이 이뤄졌다.
연정이 낙태 광고 금지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뒤 연정 내 기민당과 사민당의 반응은 온도 차가 났다.
기민당 소속의 옌스 슈판 보건부 장관은 "여성들이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낙태가 다른 것(치료)처럼 의료 절차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대표는 내각의 결정이 이뤄진 뒤 트위터에 "여성은 마침내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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