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경기둔화 대응' 압박 영향"…작년 투자, 6년만에 최저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부동산 매입에 나섰던 중국 투자자들이 지난해부터 대거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자국 기업 등에 대한 자본통제와 경기둔화 대응을 위한 압박 강화로 중국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부동산 조사업체인 '리얼캐피털 애널리틱스' 자료를 인용, 보험회사와 기업 등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4분기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8억5천400만 달러(약 9천556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액수보다 매각한 금액이 더 많다는 뜻이다.
특히 이는 중국 투자자들의 미 부동산에 대한 3분기 연속 순매도로, WSJ은 중국 투자자들이 이렇게 길게 순매도 행진을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전체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는 26억3천만 달러의 순매수로 축소됐다. 이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것도 중국 컨소시엄이 116억 달러 규모의 매수를 하면서 순매수를 유지했다.
이는 중국 안방보험이 2015년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역대 최고가인 19억5천만 달러에 매입하는 등 중국 투자자들이 지난 5년간 미국 부동산을 쓸어 담았던 대규모 매수 행보에 비하면 "강력한 반전"이라고 WSJ은 평가했다.
WSJ은 안방보험은 미국내 다른 럭셔리 호텔을 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부채가 과중한 HNA(海航·하이항) 그룹과 다롄완다(大連万達)그룹 등도 공격적인 확장 경영을 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압력에 직면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미니애폴리스, 베벌리 힐스 등의 부동산 자산을 포트폴리오에서 덜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감소 및 회수는 위안화 가치 안정과 기업부채 축소, 해외투자에 대한 단속 강화를 통한 경기둔화 대응과 같은 중국 정부의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에서의 신용 경색에 직면한 일부 중국 개발업자들은 미국 내 부동산 자산 매각을 통해 '실탄' 확보를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은 중국의 경기둔화가 금융시장을 휘젓고 기업 실적을 훼손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최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6%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으며, 이는 2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 및 정치적 긴장이 중국 투자자들에게 미국을 '덜 환대받는' 투자처로 만들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도 하나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WSJ은 중국 당국이 자본통제를 이른 시일 내에 완화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전문가들은 중국 투자자들의 미국 부동산 투자 회수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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