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서 지난해 발생했던 한 초급장교의 자살의 원인이 상관들의 집단적인 언어폭력에 의한 전형적인 '파워하라'(パワハラ)로 밝혀졌다.
'파워하라'는 윗사람의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뜻하는 영어 단어를 합친 일본식 조어다. 직장 내 괴롭힘이나 상관의 갑질 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
30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작년 9월 해상자위대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정박 중이던 보급함에서 32세 3등 해위(海尉, 한국군 소위에 해당)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단순 자살 사건으로 묻힐 뻔했으나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에 한 동료의 제보로 상관들의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고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진상 조사가 시작됐다.
전날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함장을 비롯한 상관 3명이 집단적으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등 피해자를 괴롭힌 사실이 확인됐다.
중령급인 함장은 승진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피해자에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는 투로 질책했고, 소령급인 다른 상관은 "일본어가 통하지 않으면 영어로 말하라"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
직속 상관이던 대위급 선배는 "내 주변에 얼씬거리지 마라"며 기를 죽이는 말을 했을 뿐 아니라, 쉬는 날에도 근무하라고 지시하며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한 3등 해위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이틀 전에 다른 상관들 앞에서 공개 질책을 받은 뒤 "자위대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 연루된 상관 3명은 모두 자신들의 행위가 부하의 자살과 연관돼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함장은 정직 30일, 다른 두 명은 정직 20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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