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매체 "2월4일 판문점서 실무협상"…스웨덴서 확인한 '속내' 토대 '디테일' 협의
'제재완화' 여부가 핵심 쟁점…전문가 "北협상대표 교체는 큰 영향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2차 정상회담이 미국 정부가 발표한 일정을 기준으로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회담 준비도 본격화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아직 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구체적으로 발표되진 않았지만, 현재로선 미측이 최근 '2월 말'로 발표한 정상회담 일정에 변동이 생길 것이라는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
외교소식통은 30일 "북한과 미국은 조만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북측에서는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가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의 상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건 대표가 오는 3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강연할 계획임을 고려하면 북미 간의 실무협상은 이르면 내달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29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대표가 다음 달 4일께 판문점에서 북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 같다고 전했다.
실무협상이 성사되면 북한이 취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이에 따라 제공할 상응 조치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협상을 전후로 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이 발표될지도 주목된다.
다가올 실무협상은 비건 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지난 19∼2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2박 3일간 '합숙협상'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스웨덴 회동은 작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며 속내를 확인한 사실상 첫 기회였다.
그런 만큼 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인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평화체제 구축 등을 실현하기 위한 '큰 그림'이 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비건 대표는 최 부상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면 얻게 될 경제적 이익을 집중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남북 경협사업들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워싱턴타임스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핵폐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유도하기 위해 특별 '경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며, '에스크로 계정'을 거론한 점이 주목된다.
'에스크로 계정'은 은행 등 제3자에게 대금을 예치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된 경우 상대방에게 교부할 것을 약속하고 인출이 가능하도록 한 계정이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시 얻게 되는 '밝은 미래'를 보다 현실적으로 그려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상회담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북미가 비핵화와 제재완화로 대변되는 상응 조치를 둘러싼 이견을 얼마나 좁힐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29일 북미 양측이 2차 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 문안 조정 등을 위한 후속 협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기에 담을 내용에 있어서 아직 조율할 게 산적해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대북 제재완화와 관련한 북미 간 이견이 해소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현재까지 공개된 북한의 '카드'는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쇄와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로, 북한은 이 대가로 미국에 제재완화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인도적 지원과 연락사무소 개설 등 제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안들은 상응 조치로 검토할 수 있지만, 제재를 푸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최근에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를 '추가 카드'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사실이라면 제재완화와 관련된 미국의 입장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만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지만, 북한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최대 카드인 ICBM을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 내에서도 협상 전망에 대해 신중한 목소리가 나왔다.
댄 코츠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29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북한은 대량파괴무기(WMD) 역량을 유지하고 있으며, 북한이 WMD 비축량과 운반 시스템, 생산 역량 전부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보당국의 지속적인 평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한의 지도자들은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정권 생존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몇몇 미국 주류 언론은 코츠 국장의 이번 발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대북 '낙관론'과 대척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미 당국은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가 최선희 부상을 대신해 북한의 새 실무협상 대표로 나서는 것과 관련, 협상에 미칠 영향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어차피 협상은 김정은 위원장 지시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니 실질적인 내용에 있어선 누가 실무협상 대표로 나서든지 큰 관계는 없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다만 "김혁철 대사가 '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라인'이라면 북한의 협상 전략을 파악하는데 용이할 수 있어 협상이 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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