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일본대사관 앞서 추모 시간…"일본 정부, 머리 숙여 사죄하라"
(서울=연합뉴스) 최평천 정래원 기자 =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30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천372차 정기 수요시위를 개최했다.
수요시위가 시작하기 전 참가자 500여명(경찰 추산)은 지난 28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이 모 할머니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시위에는 평소 정기 시위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해 추모를 함께 했다.
현장에는 김 할머니의 영정 사진과 장미꽃 그림, 꽃다발 등이 보라색 천으로 덮인 의자 위에 놓였다.
참가자들은 묵념하며 세상을 떠난 두 할머니를 추모했다.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주세요'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참가자들은 두손을 모은 채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추모의 시간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김복동 할머니 사랑합니다. 편히 쉬세요"라고 크게 외쳤다. 정의연은 김 할머니 빈소 조문객들이 남긴 쪽지도 소개했다.
쪽지에는 '별이 되어 지켜보시리라 믿겠습니다. 할머니께서 지켜보시면 평화가 올 때까지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등이 적혀 있었다.
시위 사회자는 "두 할머니가 아프고 고통스럽고 외롭고 힘든 기억 모두 잊고 편안하시기를 바란다"며 "김 할머니는 고통 속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이며 인권평화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어제만 해도 1천500명이 넘는 시민들이 김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해 빈소를 찾았다"며 조문객들이 남긴 추모글을 낭독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해 결성된 동아리 '메모리아'의 이송림 학생은 "할머니의 발언이 '미투' 운동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는 큰 기적이 될 것이다. 다음 생에서는 (김 할머니가) 잃어버린 청춘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성명에서 "피해자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한결같이 요구해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한국정부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은 취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할머니들은 여전히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외치고 있다"며 "그사이 할머니들이 돌아가셔서 이제 피해 할머니는 23명(정부에 등록된 생존 위안부 피해자)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김복동 할머니는 '끝까지 싸워달라'고 말하며 일본 정부를 향한 강한 분노를 표현했다고 한다"며 "정부가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로부터 자신들이 저지른 만행이 위법행위였고 명백한 인권침해였다는 것을 인정받고 공식적인 사죄와 그에 따른 배상을 받는 것이 할머니들의 진정한 해방"이라며 "하루빨리 일본 정부는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부 피해자에서 인권 평화 활동가로…김복동 할머니의 삶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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