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는 한국의 귀중한 자산, 따듯한 시선과 지원 늘려야"
(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해외에서 다문화로 살면서 동병상련을 겪어본 재외동포가 모국의 다문화가족을 돕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면세점이 주력사업인 재일기업 에이산(회장 장영식)은 강원도 홍천군 소재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 학생들의 진로탐방을 돕기 위해 28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도쿄에 초청했다.
10명의 학생에게 면세점 견학과 직업 체험 및 멘토링 강연 등을 펼친 장 회장은 3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문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모국에서 훌륭한 자산을 소홀히 하는 게 안타까워 초청행사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다문화로 가장 성공한 나라는 슈퍼파워를 가진 미국"이라며 "다양성 존중이야말로 글로벌사회를 살아가는 척도"라고 강조했다.
장 회장은 일본에서 사는 재일동포도 차별을 받았지만 굳건하게 뿌리를 내렸고 양국의 말과 문화를 잘 안다는 장점을 활용해 여러 분야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것처럼 한국의 다문화도 잘 정착된다면 2세들이 부모의 출신국과 한국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경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그는 28일 신년회 행사에도 학생들을 초청해 재일동포 기업인들과 만남도 주선했다.
장 회장은 "일가를 이룬 재일기업인들의 공통점은 처지를 비관하거나 남 탓 않고 열정으로 노력해 왔다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시야를 넓혀주는 것도 중요하나 어떤 일이든 노력 없이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선배 기업인들이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문화가 자산일 수밖에 없는 이유로 다문화가정의 2세들의 가능성을 예로 들었다.
"한-베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이중 언어와 문화를 잘 아는 인재로 외교관이 돼 베트남에 파견됐을 때 순수한 내국인 출신 보다 환영받으며 외교협상에서도 수완을 발휘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한편, 한국 다문화 정책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은 재외동포가 거주국에서 훌륭하게 정착하도록 도우면서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정책을 펼칩니다. 750만 재외동포가 우리의 자산이기 때문인 거죠. 그런데 다문화 정책은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인, 특히 국제결혼 여성에게 한국말·한국문화 등을 가르쳐 빨리 '한국화' 되라고 지원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엄마 나라의 말과 문화를 모르는 반쪽짜리 다문화 인재로 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 회장은 에이산에는 일본, 한국, 중국, 베트남, 태국, 프랑스, 말라위 등 7개 나라에서 온 직원들이 근무하는데 덕분에 자연스럽게 글로벌 고객을 상대로 맞춤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다며 "다문화가 경쟁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해밀학교 학생 초청을 연례행사로 만들고 많은 재일기업인이 함께할 수 있도록 상공회의소의 지원사업으로 확정했다"며 "잘 버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게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어서 내년부터는 회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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