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론조작에 엄중한 책임 물은 드루킹·김경수 1심

입력 2019-01-30 17:13  

[연합시론] 여론조작에 엄중한 책임 물은 드루킹·김경수 1심

(서울=연합뉴스) 제19대 대통령선거 등을 겨냥한 댓글 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 씨가 30일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댓글 조작에 가담한 공모관계가 인정돼 징역 2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취임 6개월을 막 넘긴 현직 도지사가 법정 구속돼 도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상급심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되면 도지사 선거를 다시 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이 벌어졌다.

특검은 드루킹 일당이 2016년 12월∼2018년 3월 네이버 등 포털 3사의 기사 8만여개에 달린 댓글 140여만개에 대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9천900만여건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 가운데 김 지사가 공모한 게 8천800여만건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런 공소사실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김지사가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조작을 충분히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승인·동의했다고 판단했다. 김지사가 6·13 지방선거 후에도 댓글 조작을 하기로 하고 보답으로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영사직을 제안한 것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포털 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 투명한 정보교환과 건전한 여론 형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선거에서 왜곡된 여론을 형성해 위법성이 중대하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 지사는 "진실을 외면한 재판부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과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물증 없는 특검의 주장과 드루킹의 거짓 자백에 의존했다며 재판장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특수관계를 거론하기도 했다.

최종심의 판단까지 지켜봐야 한다. 다만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드루킹 일당의 행태로 한국 정치권의 허약한 급소가 노출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포털 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공론의 무대가 되는 온라인 세상에서 최신기술이 동원된 댓글 조작은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 기웃거리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자금을 건네고, 대가를 뜯어내는 또 다른 드루킹이 앞으로 언제든 출몰할 수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번 1심 판결은 민주주의의 근간인 민의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있어서는 안 되며, 이에 현혹되면 개인은 물론 우리 사회가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경종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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