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다문화 해밀학교 아이들 꿈 응원하는 인순이

입력 2019-01-31 08:30   수정 2019-01-31 09:31

[인터뷰] 다문화 해밀학교 아이들 꿈 응원하는 인순이
"아이들이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서 졸업해 뿌듯"




(도쿄=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환갑이 지나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감사합니다'입니다. 지금껏 가수이자 엄마·학교 이사장으로서 또 인간 김인순으로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강원도 홍천군 소재 다문화학교인 해밀학교 이사장으로 학생들과 함께 재일기업 탐방을 위해 28일부터 일본 도쿄에 온 인순이(62)는 31일 귀국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먼저 감사하다는 말을 건네며 이같이 밝혔다.
그가 2013년 해밀학교를 세운 건 다문화가정 자녀의 졸업률이 28%밖에 안 된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누구보다도 그 처지를 잘 이해하기에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 세상에 우뚝 서도록 도와야겠다는 마음에서다.
재일기업 에이산과 동경한국상공회의소가 진로탐방을 돕기 위해 아이들을 초청하겠다는 제안을 가장 반긴 것도 그였다.
지리적·경제적 여건으로 다양한 진로 체험·탐방 프로그램을 펼치기 어려웠는데 아이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응원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다.
바쁜 스케줄도 접고 온 인순이는 일정을 같이 소화하며 아이들을 다독였다.
그는 "차별로 인한 상처와 응어리로 마음뿐 아니라 말문도 닫아버린 아이들이 말대꾸하기 시작할 때 가장 기쁘다"라며 "그런 아이들이 이제는 해외 탐방 기회를 얻어 큰 세상에 대해 꿈을 갖게 돼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고 했다.
해밀학교는 개교 때부터 다문화와 내국인 학생이 반반 섞여 있다. 차별받았다고 다문화 아이만 따로 모아 놓는 것은 세상과의 단절을 부추기게 될 뿐이며 내국인 학생은 다문화 아이와의 교류를 통해 더욱 성숙해질 거라는 믿음에서다.
그래서 이번 진로탐방단 10명도 반씩 나눠서 선발했다. 낯선 외국 땅에서 아이들은 서로를 챙겼다. 인순이는 엄마가 일본인인 학생이 식당 주문을 도맡아 하고, 중도입국해 한국말이 서툰 아이가 멘토 이야기를 못 알아들을 땐 옆에서 귓속말로 현지어 통역도 하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그는 "진로탐방으로 아이들의 꿈만 커진 것이 아니라 우애도 돈독해졌다"고 반겼다.
만나면 먼저 안아주기부터 한다는 인순이를 학생들은 '큰엄마' 또는 '샘'(선생님의 줄임말)이라고 부른다.
그는 "학교에서는 연예인이라는 티를 안 내려고 화장도 안 하고 수수하게 입고 다닌다"며 "겉멋만 보고 연예인을 꿈꾸지 않게 하려고 행동도 털털하게 하다 보니 가수인지 모르는 아이도 있다"고 귀띔했다.
인순이는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중학교 졸업 자격이 부여되는 정식학교 인가를 받았고 올해 졸업생들은 외고 진학자를 비롯해 모두 자기 적성과 꿈을 좇아 인문계와 특성화고로 나눠 진학했다"며 "아이들이 통역사, 축산업자, 작곡가, 간호사 등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학교 문을 나서고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50대 후반에 해밀학교 설립을 시작으로 보디빌더 대회 출전, 백두대간 종주 시작, 하프마라톤 완주 등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그는 최근에는 한 방송사의 '두 번째 서른' 프로에 출연해 동갑내기 연예인들과 5박 6일 동안 자전거로 425㎞를 달리는 국토대장정도 했다.
40년 가수 경력의 디바로 가만있어도 선배 대접받는데 남들도 마다하는 힘든 일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수만 할 때는 그게 세상의 다인 줄 알았죠. 그런데 학교를 세우고 멘토를 초청하거나 후원자들과 만나면서 세상에 참으로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남은 인생에는 새로운 일들에 도전해보며 더 많은 세상 경험을 하고 싶어졌어요. 아이들에게 뭘 하라고 재촉하기보다 그저 내가 뭔가에 도전하는 게 더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2년 전부터 틈나는 대로 지리산, 덕유산, 함백산 등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는 이유는 좀 색달랐다. 그는 "대한민국의 척추인 백두대간을 다 돌아본다면 경계인으로 살아왔던 내 정체성에 대한 어떤 확신이 서지 않을까 싶어서"라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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