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내달 27일 전당대회를 열어 새 당 대표를 선출한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참패로 당시 홍준표 대표가 사퇴한 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던 당이 8개월여 만에 새 지도부를 구축하는 장이다. 전당대회의 목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의 잇따른 패배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보수의 재건, 그리고 새로운 보수의 길을 여는 것임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연한 얘기를 되새기는 것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하락과 한국당 지지도 상승이라는 현상 때문에 이번 전대가 왜 열리는지를 망각한 게 아닌가 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곗바늘을 지방선거 패배 직후로 되돌려보자. 한국당 내에선 '당 해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근본적 자기 혁신, 대대적 쇄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국당은 새로운 가치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몰락했다", "보수 정당의 새 미래를 위해 노선과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기득권·냉전·수구 보수의 딱지를 떼야 한다" 등 보수 노선의 재정립을 위한 실천 과제들이 부상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참모였던 김병준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도 이러한 흐름에 부응한 시도였다. 과도 체제였던 김병준 비대위의 성패와는 별개로, 현재 전개되는 당권 경쟁 흐름이 새로운 보수 재정립을 위한 치열한 노선투쟁과 정책경쟁으로 전개되는지 자문해야 한다.
한국당 전대에 쏠리는 관심은 적지 않다. 새 지도자를 갈망하는 보수층의 요구도 있고, 특히 황교안 전 총리,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권 후보들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당 새 대표는 다음 총선을 지휘할 뿐 아니라, 차기 대선 후보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제1야당 당수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여야 관계도 변화하고, 보수통합의 방향과 속도도 달라진다. 그 때문에 한국당 당원이나 보수 성향 유권자들만의 이벤트가 아니라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전대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정치인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고 당원과 국민의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이번 전대가 열리는 이유를 상기하고, 당권 주자들은 성찰과 반성의 토대 위에서 레이스를 시작해야 마땅하다. 황 전 총리는 탄핵당한 정부의 마지막 총리로서 책임이 없다 할 수 없고, 홍 전 대표는 자신이 물러난 당 대표 후임을 뽑는 전대에 다시 도전하는 데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며, 오 전 시장은 당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해명해야 한다. 거기서 리더십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런데 당권 주자들의 출사표에 지방선거 후 외쳐대던 혁신과 쇄신의 의지는 '보수통합'이라는 관성적 슬로건에 파묻혀 있고, 진영 논리와 낡은 이념적 대립 구도 속에 보수 정체성을 가두려는 흐름까지 보여 우려스럽다. '도로 탄핵당' 논쟁에 당내 계파를 염두에 둔 정치공학적 접근도 보수 재정립이라는 지지층 요구와 거리가 멀다. 당 지지율 상승이라는 '착시' 때문에 혁신을 외면해선 안 된다. 지지율 상승도 집권세력의 실점에 따른 반사이익이다. 지방선거 후 한국당 혁신에 대한 국민들의 점수는 박하다. 야당이 건재해야 국정도 균형을 찾을 수 있다. 구시대적 논쟁으로 회귀하는 장이 아니라, 건강한 보수, 새로운 보수의 정체성을 논쟁하고 다지는 전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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