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시르 정권, 국제사회 비판 의식…노조단체 "반정부 시위 계속"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 정부가 반정부 시위로 인한 수감자들을 석방한다고 밝히면서 정국 긴장이 완화될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수단 정보당국 수장인 살라 고시는 최근 몇주 동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수감된 사람을 모두 석방하라고 명령했다.
수단 정부는 수감자들의 석방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결정은 살라 고시가 수도 하르툼의 한 감옥을 방문한 직후 발표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수단에서는 지난달 19일 정부의 빵 가격 인상에 대한 항의로 시작된 시위가 한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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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인권단체들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수감된 야당 지도자와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이 1천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또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가 속출했다.
수단 정부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30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인권단체들은 사망자가 40명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수감자 석방 발표는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주 미국 정부는 수단 정부에 임의로 체포한 시위 참가자들을 모두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달 28일 유혈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수단 정부에 요청했다.
수단 정부가 유화적 카드를 내놓았지만, 정국 혼란이 진정될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BBC는 수단 정부의 수감자 석방 발표가 시위대를 달래지 못할 것 같다며 반정부 정서가 약화한다는 신호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노조단체 '수단전문직협회'는 수감자 석방 명령과 관련, "우리는 이 정권의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며 수단 국민에 더 많은 시위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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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중대 위기를 맞았다.
바시르 대통령은 그동안 시위대의 퇴진 요구에 "수단 국민은 2020년에 선거를 통해 누가 그들을 통치할지 결정할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시르는 1989년 쿠데타로 집권한 뒤 30년 동안 통치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다르푸르 내전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바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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