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관련 '유화 메시지'…"아프간은 과거 잊고 형제처럼 살아야"
가니 대통령, 트럼프에게 비용 절감 통한 철군 속도 조절 요청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한 반군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후에도 권력을 독점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P통신이 31일 보도했다.
탈레반 대변인인 수하일 샤힌은 "탈레반은 아프간 권역에서 동포와 함께 지내기를 원한다"며 "권력 독점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샤힌 대변인은 "(외국군의) 점령이 끝나면 아프간인들은 과거를 잊고 서로 인내하며 형제같이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이례적인 유화 메시지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미국이 탈레반과 직접 평화협상에 나선 데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탈레반과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현지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습으로 정권을 내놓은 이후 최근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전국토의 72%에 달했던 아프간 정부 장악 지역비중이 최근 56%로 떨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은 40%에 못미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에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탈레반이 현 정부를 무너뜨리는 등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P통신은 이번 탈레반의 메시지에 대해 "현 정부를 포함한 아프간 내 광범위한 세력을 겨냥한 것"이라며 탈레반과 협상을 추진 중인 미국 대표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탈레반 평화회담에서 완전히 배제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군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 30일 보도했다.
이 편지를 본 아프간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가니 대통령은 (완전한 미군 철수 대신) 비용 절감을 통해 현재 1만4천명인 아프간 주둔 미군 수를 효율적인 수준으로 줄이는 안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가니 대통령은 미군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과거 소련군 철수 후 아프간에 유혈 참극이 만연했듯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신중하고 단계적인 철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아울러 가니 대통령은 30일 카불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은 평화를 위한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웃 나라인 파키스탄은 무장 세력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등 전쟁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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