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기업 2년새 60% 감소…취업난 호소에 황급히 대응책
기업 현장점검 횟수도 줄여…"'취업 우선'에 안전관리 뒷전" 지적도
(세종·서울=연합뉴스) 이재영 이효석 기자 = 1년전 3개월로 줄였던 직업계고등학교 학생 현장실습 가능기간이 다시 6개월로 늘어난다. 4회로 늘어났던 교육청·학교·노무사 등의 기업 현장점검 횟수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교육부는 31일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교육부는 2017년 제주에서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 중 사망한 사고를 계기로 작년 2월 근로가 중심이 되는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축소하고 학습 중심의 '학습형 현장실습'을 도입했다. 이때 실습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줄였다.
그러나 직업계고 학생이 실습기업에 그대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현실을 도외시해 학생들 취업기회만 앗아갔다는 현장의 지적이 계속됐다.
이에 교육부는 직업계고에서 3학년 2학기를 '전환학기'로 운영해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거나 수업을 전공과목 위주로 들을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실습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또 현재 최소 4차례 이뤄지는 노무사·교육청·학교 등의 기업 현장실사 횟수는 초기 계획수립과 운영상황 점검 등 2번으로 줄이기로 했다. 실사횟수 역시 1년 만에 다시 줄인 것이다. 잦은 실사로 기업들이 부담을 느껴 현장실습 참여를 꺼린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이밖에 금리우대 등 혜택을 주는 '현장실습 선도기업'을 현재 8천곳에서 2022년에는 3만곳으로 늘리고, 학교와 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기업은 재선정 절차를 3년간 면제하기로 했다. 선도기업 중 우수기업을 추가로 선정해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추가 금리 우대와 공공입찰 시 가점 등 기업 지원을 대폭 강화했다.
교육부는 대신 현장실습이 진행되는 작업장 인원 중 전문성 있는 사람을 '기업현장교사'로 지정하고 모든 직업계고에 전담 노무사를 지정해 현장실습생을 챙기도록 했다. 직업계고에 2022년까지 취업지원관을 1명 이상 배치하고 현장실습을 지원할 '컨트롤타워'인 '중앙취업지원센터'도 만들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방안을 두고 취업을 위해 학생안전을 다시 뒷전으로 미뤘다는 지적과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현장실습 기간을 줄인 것 자체가 현장실습 사고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던데다 현장실사 횟수도 줄어드는 등 기업 감시 장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학교나 노무사가 현장실습생 고용 기업을 감시하는 것은 을이 갑을 감시하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실습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는 한 노무사 역시 "직업계고에 전담 노무사를 둬서 (실습을 챙기도록 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면서 "잠재적인 고객인 기업에 쓴소리할 노무사가 몇이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은 3학년 전 기간을 취업준비 기간으로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산중앙고 바이오식품학과에 다니는 조민성 학생은 "지난해 3월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본 뒤 최종합격했지만 10월 이후에야 취업 가능하다는 이야기에 기업에서 합격을 취소시켰다"면서 "3학년 2학기만 전환학기로 운영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다"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2월 현장실습 기간을 축소할 당시 취업이 어려워진다는 여론이 비등했지만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가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는 비판도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3만1천60개였던 현장실습 참여기업은 작년 1만2천266개로 39.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현장실습 참여학생은 2016년 6만16명에서 올해 1월 기준 2만2천479명으로 줄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 앞서 현장실습대응회의와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는 행사장으로 입장하려는 유 부총리 앞을 막고 방안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기만이다', '청년들 죽음에 기업특혜로 답하는 염치없는 교육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현장실습 중 목숨을 잃은 학생이 1명이라도 더 나오면 부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유은혜 부총리는 "지난해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지 않도록 법이 만들어져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법이 현장에 적용되면서 학생들이 취업과 꿈을 펼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고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
그는 "(반대하시는 분들의) 분노와 의견도 더 귀 기울여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부총리는 전날 고(故) 이민호군 납골당을 찾아 참배했다고 소개하며 한때 울먹이기도 했다.
h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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