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우리동네] 대구 최대 번화가에 위치한 361년 전통 약령시

입력 2019-02-09 11:00  

[쉿! 우리동네] 대구 최대 번화가에 위치한 361년 전통 약령시
국내 최고(最古) 인증, 세계적 한약재 유통 거점으로 명성
대형 유통업체 개장 등에 침체기…대구시·상인 재도약에 힘 모아



(대구=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와 도심 동·서를 관통하는 달구벌대로 등에 인접해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대구약령시'(藥令市).
중구 남성로 600여m 구간 약전골목 양쪽에는 약업사, 한약방, 재탕·제환소 등 한방 관련 업소가 밀집해 있다.
당귀, 우슬, 오미자 등 각종 한약재를 비롯해 한방 식품, 한방차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대구시와 중구, 약령시보존위원회에 따르면 대구약령시는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약재 전문시장이다.
올해로 361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과거 세계적인 한약재 유통 거점으로 명성을 떨쳤다. 한때 조선 8도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 약재상이 한약재를 구매하러 대구약령시를 찾았다고 한다.
2001년 한국기네스위원회는 이곳을 국내 최고(最古) 약령시로 인증했다. 또 유 · 무형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4년 한방특구로도 지정됐다.



대구약령시는 1658년(효종9년) 약재 수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국책사업의 하나로 봄, 가을에 1개월씩 경상감영 내 객사(客舍) 주변(현 경상감영공원과 대안동 주변)에 개장했다. 이후 1908년 지금 위치인 남성로 일대로 이전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쓸 자금 조달과 연락 거점 역할을 한 까닭에 수년간 폐쇄되기도 했다.
대구약령시가 지금과 같은 상설시장으로서의 골격을 갖춘 것은 6·25전쟁 이후인 1960년대부터다.



1978년에는 대구약령시 부흥을 위해 한약방 등이 중심이 돼 약령시부활추진위원회(현 약령시보존위원회)도 발족했다.
추진위원회는 약령시 활성화를 위해 개장행사를 열고 한약재 도매시장, 한약재 상설전시관 등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88년 대구약령시는 정부로부터 '전통 한약 시장 지역'으로 지정됐다. 한약재라는 단일 품목을 취급하는 특수시장의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지금도 전국 한약재 도매가격은 대구약령시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한동안 활기를 띠었던 이곳은 한약 대체재 시장 성장, 업주 고령화 등으로 침체기를 맞았다.
게다가 2011년 인근에 대형 유통업체가 문을 열자 약령시 일대 상권의 성격이 바뀌면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 한방 관련 업소들이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자리를 커피 전문점, 미용업소 등이 대신하고 있다.
실제 대구약령시에는 한때 한방 관련 업소가 210여곳에 달했으나 지금은 183곳으로 줄었다.
이처럼 약령시 전통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가 팽배하자 대구시와 중구, 약령시 상인들은 재도약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선 시는 대구약령시를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문화·관광 명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 올해 6월까지 국·시비 100억원을 들여 약령시 홍보관, 한방의료 체험관, 한방 관련 창업 공간 등을 갖춘 한방의료체험타운도 짓는다.



약령시보존위원회는 매년 5월이면 여는 '대구약령시 한방문화축제'에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특색있는 프로그램 발굴에 힘을 쏟고 있다. 약령시 내 카페와 음식점, 주변 대형 유통업체 등과도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약령시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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