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부 허위 있어도 신빙성 없다 못 해"
"김 지사 해치려 거짓 진술한다기엔 내용이 소극적" 판단도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재판부는 '드루킹' 김동원씨와 그 일당의 진술 중 상당 부분이 '신빙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김 지사 측은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여러 차례 바뀐 데다, 말을 맞췄다고 볼 가능성이 있다며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그 반대로 본 것이다.
항소장을 제출한 김 지사 측은 새로운 전략으로 2심 재판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범행에 공모했다는 판단에 이르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일당의 진술을 근거로 삼았다.
김 지사에게 인정된 혐의의 기초가 되는 2016년 11월 9일 '킹크랩 시연회'를 두고 내려진 판단에서 특히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김 지사를 재판에 넘긴 허익범 특별검사팀은 킹크랩 시연회를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드루킹이 파주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구동 장면을 보여줬고, 김 지사가 이후 사용을 승인함에 따라 광범위한 댓글 조작이 시작됐다는 것이 특검의 공소 요지다.
그러나 김 지사와 드루킹 등 극소수만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두고는 특검과 김 지사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드루킹은 당시 자신이 킹크랩을 사용하겠다며 허락을 구하자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그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드루킹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인 대화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는 데다 시연 사실을 시인한 이후로 일관된다"며 "킹크랩 개발자인 '둘리' 우모씨의 진술과도 일치해 상당히 신빙할 만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 측은 재판 과정에서 당시 상황에 대한 드루킹 일당의 진술이 오락가락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제외한 진술은 '창문을 통해 시연회장 내부에서 김 지사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봤다'고 했던 특정 경공모 회원의 주장 정도다.
반면 다른 회원들의 진술에 대해서는 "충분히 믿을 만하다"는 판단이 이어졌다.
특히 재판부는 핵심 인물인 드루킹의 진술에 대해 "만약 김 지사를 해할 목적으로 (김 지사의) 허락을 받았다고 거짓 진술을 한다면 더 적극적인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도 그렇지 않다"며 힘을 실어줬다.
당시 '둘리' 우씨와 함께 있었는지에 대한 진술이 바뀌기는 했지만 재판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므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여겼다.
아울러 "드루킹의 진술 중 김 지사에게 금품을 받았다는 등 허위라고 의심할 진술이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일부 과장이나 허위가 있다고 해서 진술 전부가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 측은 경찰 수사를 받는 동안 드루킹과 우씨 등 일당이 시연회 상황에 대한 진술 내용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노트 내용을 근거로 '말 맞추기'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트의 기재 내용은 두 사람이 단순히 기억하는 바를 서로 교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것만으로 둘의 진술이 허위라고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시연회로부터 2달이 지난 2017년 1월 10일 파주 사무실에서 진행된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의 간담회 내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참석자들의 진술에 "표현상 과장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러 회원들의 진술 취지가 일치한다는 점 등을 근거로 "김 지사는 당시 간담회에서 '경공모의 일에 대해 부당한 수사나 압박이 있으면 책임지고 방어해주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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