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설 연휴 민족 대이동을 앞두고 구제역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충북도에 따르면 31일 충북 충주시 주덕읍 한 농가로부터 기르던 소가 침을 흘리고 물집이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정밀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도 동물위생시험소 간이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이 나왔다고 한다.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젖소 농가에서 지난 28일 올해 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했고, 29일 인근 양성면에서도 추가 발생이 확인됐다. 아직 안성 구제역 발생 농가와 충주 농가 사이의 역학관계가 파악된 것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구제역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구제역이 첫 발생지역인 경기도의 경계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구제역 위기경보 단계를 격상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구제역이 워낙 전염성이 강한데다 인구 대이동이 따르는 설 연휴를 목전에 두고 있어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전국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어서다. 농림식품부는 전날 안성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자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경보는 가장 낮은 '관심' 단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까지 4단계인데 이번에 최고 수위 전 단계까지 높인 것이다. 구제역은 초동대응을 잘못해 저지선이 뚫리기 시작하면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방역 당국은 구제역 발생과 관련 정확한 역학관계 파악에 집중해야 한다. 역학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으면 방역의 길목을 놓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초동대응팀 신속 투입, 살처분이나 예방적 살처분, 통제선 구축, 이동제한 등 가축전염예방법에 따른 구제역 대응 매뉴얼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역량을 총투입해 백신 접종을 서둘러 마무리해야 한다. 백신 접종의 효용을 100%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구제역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백신만 한 것은 없다.
우리는 구제역 확산의 피해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이미 뼈저리게 경험했다. 2010년 11월부터 발생한 구제역이 2011년 4월 말까지 전국을 휩쓸면서 소와 돼지 등 우제류 가축 35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피해액만도 3조원에 달했다. 그 후 백신이 보급되고 접종도 이루어지면서 그때처럼 대규모 피해는 없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이번 충주 농가의 경우에는 백신을 맞고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소에서 구제역 의심사례가 발생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기상 상황에 따라 공기로도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구제역 확산을 막으려면 의심 가는 모든 상황에 최고 수준의 경계를 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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