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빅토리아 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난민수용소 수용자

입력 2019-02-01 09:32  

호주 '빅토리아 문학상' 올해 수상자는 난민수용소 수용자
이란 언론인 출신 부차니가 주인공… 상금 기준 최고상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상금 기준으로 호주 문학상 가운데 최고인 빅토리아 문학상 수상자에 난민수용소 수용자가 선정됐다.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 정부가 운영하는 난민시설 수용 난민 작가 베로우즈 부차니가 빅토리아 문학상의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일 보도했다.
쿠르드계 이란 언론인 출신인 부차니는 파푸아뉴기니 마누스섬 호주 난민시설에서 6년 가까이 지내고 있는 난민 신청자다. 빅토리아 문학상의 상금은 10만 호주달러(8천만원)다.




부차니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 준 작품은 '친구는 아무도 없고, 산들만 있네: 마누스 감옥으로부터의 편지'(No Friend But the Mountains: Writing from Manus Prison)라는 제목의 논픽션으로 마누스섬에 갇힌 자신의 경험을 시적인 유려한 문체로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작품은 마누스섬에 있는 작가가 2013년부터 5년간 외부의 번역자에게 보낸 이란어 핸드폰 문자 메시지가 토대가 됐다.
작가는 이 책에서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강들의 땅, 폭포들의 땅, 고대 성가들의 땅, 산들의 땅… 사람들은 전투기를 피해 산으로 달려가 밤나무숲에서 안식을 얻는다"면서 안식을 얻으러 호주로 왔지만, 여전히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방인의 아픔을 표현했다.



부차니는 "이 책을 통해 마누스 난민 시스템이 죄 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극심한 고문인지를 알리고 싶었다"면서 "나는 자유를 구했고 이제 자유를 달라'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보도했다.
빅토리아 문학상을 주관하는 멜버른 휠러 센터는 지난달 31일 시상식에는 번역자가 대신 참석했다고 밝혔다. 호주 땅을 밟을 수 없는 수상자는 "문학이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할 것으로 믿는다"라는 내용의 영상 메시지를 전했다.
호주 문학상 수상 자격은 원칙적으로 호주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로 제한된다. 그러나 올해 빅토리아 문학상은 심사위원 전원합의로 이 제한 규정을 면제하기로 하면서 난민 신청 중인 부차니 작가의 수상이 가능했다고 센터 측은 덧붙였다.
dc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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