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맞물려 2분기에 매출↑…4억캔 판매 '필라이트'에 '필굿' 도전장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추운 겨울이 지나고 상대적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봄을 앞두고 국내 발포주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발포주란 맥아 비율을 줄여 부과되는 세금을 맥주보다 낮게 만드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맥주 대용품으로, 맥주와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가격은 맥주보다 약 40% 저렴하다.
우리나라 첫 발포주 시장을 연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에 이어 이달 중순 오비맥주가 '필굿'으로 도전장을 낸 가운데, 다른 주류업체의 시장 진출설도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 하이트 '필라이트' 대박에 오비도 '필굿' 출시 =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는 요즈음 주류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대박' 상품으로 꼽힌다.
2017년 4월 국내 최초 발포주 제품으로 선보인 '필라이트'는 그해 11월 1억캔 판매고를 올리더니, 이듬해 4월에는 출시 1년 만에 판매량이 2억캔을 넘어섰다.
하이트진로는 여세를 몰아 지난해 4월 신제품 '필라이트 후레쉬'를 내놨고, 지난해 7월에는 누적 판매량이 3억캔을 돌파했다. 불과 3개월 뒤인 지난해 10월에는 출시 1년 6개월 만에 4억캔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1억캔 달성에 걸린 기간이 약 7개월이었는데, 3억캔에서 4억캔 고지를 밟는 데에는 불과 3개월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판매량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이트진로는 "주류시장 유통의 절반을 차지하는 음식점·주점 판매 없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위주의 가정 채널에서만 이룬 성과라 더욱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하이트진로가 관련 시장에서 독주하자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당장 국내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가 이달 발포주 신제품 '필굿'(FiLGOOD)을 내놓는다.
오비맥주는 "시원한 맛의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느낌의 크리스털 몰트를 사용해 맛의 깊이를 더했다"며 "이천 공장에서 초도 물량 20만 상자, 즉 480만캔을 우선 생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주류 등 다른 업체의 발포주 시장 진출설도 끊이지 않는다. 발포주가 기술 등에서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한 번쯤 '노크'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주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며 "지난 연말 김태환 새 대표가 취임하고 새해 들어 조직개편 작업이 진행 중으로, 새 사업을 결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 개강에 야외활동 많은 2분기부터 '성수기' = 봄을 앞두고 발포주 시장 경쟁 구도가 열리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계절적 매출 요인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내놓는다. 한파가 맹위를 떨치는 1분기와 달리 2분기부터는 맥주와 마찬가지로 발포주 매출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라이트'의 분기별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1분기는 17%인데 비해 2분기 23%, 3분기 34%, 4분기 26% 등으로 2분기부터 매출이 올라간다.
업계 관계자는 "대학 개강, MT, 야외 활동, 스포츠 시즌 돌입 등의 이유로 2분기부터 발포주 판매량이 늘어난다"며 "맥주 성수기인 3분기에 발포주도 최고 판매 비중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 "'필굿', '필라이트' 따라 했다" 논란도 = 발포주 시장에 '불꽃 튀는 경쟁'이 예고되면서 뜻밖의 논란도 불거졌다. 후발주자인 '필굿'의 캔 디자인이나 이름이 선두주자 '필라이트'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필라이트'는 코끼리 그림을 디자인으로 사용하고, 영어 문자 'L'에 색깔을 덧입혔다. 그런데 '필굿' 역시 고래 그림을 사용한 데다가, 'GOOD'에 노란색을 사용한 부분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관계자는 "제품명과 디자인에는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층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반영했다"며 "유니콘이나 사람 그림 등 5가지 이상의 복수 후보를 두고 여러 차례 소비자 설문 조사를 거쳐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히 1위 제품을 따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오히려 초기 단계인 발포주 시장의 성공적 안착을 꾀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발포주가 소비자 사이에서 아직은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맥주와 혼동하는 이도 적지 않은데, 제품 디자인을 평범한 맥주처럼 했다가는 자칫 맥주 시장에서 '제 살 깎아 먹기'를 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반 맥주와의 혼동을 피하고 발포주 제품끼리 묶어 독립된 제품군으로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자 이 같은 디자인을 내놓았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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