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민주당 실세, 마이클 매디건 주 하원의장까지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리는 일리노이 주와 그 최대도시 시카고의 악명높은 '정치머신'(political machine) 상징 인물들이 줄줄이 연방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1일(현지시간) 시카고와 일리노이 지역 언론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이 일리노이 민주당 실세로 통하는 유력 정치인 마이클 매디건(76) 주하원의장의 대화 내용을 비밀리에 녹음한 사실이 법원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조세 전문 변호사인 매디건 의장이 2014년 시카고 남부 차이나타운에 호텔 건립을 추진한 한 개발업체에 자신의 로펌을 고용토록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사실은 시카고 시의회 토지용도규정(조닝)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대니 솔리스(70) 시의원이 FBI 주문으로 비밀 녹음 장치를 착용하고 매디건 의장과 개발업체 대표가 만난 로펌 사무실에 나가 들은 내용을 통해 드러났다.
멕시코 출신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일리노이 캠페인 조직에서 활동한 솔리스 의원은 성 접대를 요구하고 정치자금 등을 받은 혐의로 연방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지난 29일 조닝위원장직을 내놓았다.
FBI는 솔리스 의원 수사 과정에서 매디건 의장의 혐의를 포착했다.
동시에 시카고 트리뷴은 매디건 의장이 2016년 주하원 의원 선거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인 하버드대학 출신 정치 신예 제이슨 곤살레스(43) 후보의 표를 분산하기 위해 조직을 동원, 히스패닉계 이름을 가진 2명의 가짜 후보를 지역구 후보로 내세운 혐의를 샀다고 전했다.
이어 "매디건 의장이 이 문제로 제소돼 작년 9월 변호인단 앞에서 선서 증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매디건의 무소불위의 정치 경력 5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부연했다. 매디건은 미국 지방의회 사상 최장수 하원의장이다. 1971년 주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1983년 주하원 의장에 올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8년부터는 일리노이 민주당 위원장직도 겸하며 일리노이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올 초 시카고 정계 거물 에드 버크(75·민주) 시의원은 부패 혐의로 연방 검찰에 기소돼 시의회 재정위원장 자리를 내놓은 바 있다. 시카고 최장수 시의원이자 조세 전문 변호사인 버크 시의원도 지위를 이용,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 등 강취를 시도한 혐의다.
비영리 권력 감시 매체 '일리노이 뉴스 네트워크'는 "개인의 혐의보다 더 중요한 건 시카고와 일리노이 정치 권력을 상징하는 이들이 어떻게 법을 이용해 불법적 행위를 해왔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학자 밀튼 레이코브는 1976년 펴낸 책에서 매디건 의장과 버크 의원을 리처드 데일리 전 시장 부자(아버지 1955~1976 재임·아들 1989~2011 재임)가 구축한 시카고 ''정치머신'의 양대 축으로 묘사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브루스 라우너(62·공화) 전 일리노이 주지사는 "매디건의 부패 혐의를 듣고 새삼 놀랄 사람이 있겠나"라며 조소 섞인 반응을 보였다.
현지 언론은 이런 분위기가 3주 후로 다가온 시카고 시장 선거와 일리노이 정계 구도에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하고 있다.
매디건 의장은 "내가 아는 한 현재 연방 검찰 수사 대상은 아니다. 솔리스 의원과 관련해 연방 검찰로부터 연락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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