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한진칼에 '최소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대한항공은 10%룰 손해 고려
한진칼 정관변경 주주제안·대한항공 '중점관리'기업 지정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국민연금이 한진칼[180640]에 대해 '제한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에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4시간여의 회의에서 이같이 정했다고 밝혔다.
기금운용위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대한항공[003490]과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을 분리해 결정했다.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고, 한진칼에는 '제한적' 범위에서 적극적 주주권 행사하기로 했다.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한다"며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비경영 참여적인 주주권 행사는 좀 더 최대한 행사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좀 더 준비된 다음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결정이 엇갈린 배경에는 10%룰이 영향을 미쳤다.
10%룰은 회사 지분을 10% 이상 가진 투자자가 경영참여를 할 경우 6개월 이내의 단기 매매차익을 해당 회사에 반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박 장관은 대한항공에 대한 경영 참여를 하지 않기로 한 배경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운영의 근본적 목적은 기금의 수익성"이라며 "사안이 악화한다면 단기매매 수익을 포기하면서도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민연금은 금융위원회에 10%룰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대해서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반면 한진칼은 지분보유 비율이 10% 미만으로 단기매매차익이 발생하지 않아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의 투자회사에 대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논의는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가 도입되며 불거졌다.
횡령·배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첫 대상이 됐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 의견은 경영진 일가의 일탈 행위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데 공감했다.
최소한의 상징적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해 오너 리스크를 해소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주주권 행사는 기업 경영권·자율권 침해 우려가 있어, 신중하게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에 따라 한진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경영참여 주주권행사로써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하기로 의결했다. 주주권 행사범위에 이사해임 안건 등은 포함하지 않는 등 제한을 뒀다.
국민연금은 또 향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대한항공을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하고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주주권 행사를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밝힌 주주권 행사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3월로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조양호 대표이사에 대한 재선임 안건이 올라올 경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지 등은 논의되지 않았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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