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중단 3년] '희망고문' 기업인들 "가슴에 묻어야 하나"

입력 2019-02-06 06:30  

[개성공단 중단 3년] '희망고문' 기업인들 "가슴에 묻어야 하나"
남북정상회담 후 기대감 고조…현실은 시설점검 차원 방북도 불발
"3주년은 세미나로 조용히…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오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3년이 된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반발한 정부가 지난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를 발표하자 이튿날 기업인들은 허겁지겁 짐을 싸야 했고,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훈풍을 타면서 개성공단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기업인들의 기대가 커졌지만, 현실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에게 개성공단에 관해 물으면 '희망고문'이란 말이 먼저 돌아온다.
특히 지난해 4·27 남북정상회담을 시작으로 6·12 북미 정상회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그리고 추가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는 동안, 여건만 조성되면 개성으로 돌아가 다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기업인들도 개성공단 재개 준비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준비에 나섰지만, 진전은 없었다. 실망한 기업인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모인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년간 모두 7차례 방북을 신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달에도 179명이 시설점검 목적으로 개성공단 방문을 승인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승인을 유보했다. 미국과의 협의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해 10월엔 통일부가 나서 사흘 일정으로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을 추진한 바 있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기업인들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자산은 남과 북이 법률로 보장하도록 합의한 사안이라며, 재산권 점검조차 허용되지 않는 현실에 실망감과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3년 동안 남북관계 등 한반도 정세 변화에 촉각을 세웠던 기업인들은 '전문가'로 변모했다.
무작정 개성공단 재개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북미 관계 흐름을 지켜보며 정부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과도 정세를 논의하고, 미국 정부 측에 입장을 설명하기도 했다.
개성공단기업 비대위는 지난해 7월 마크 램버트 미국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를 만나 개성공단 재개에 관한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 램버트 부대표는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정부만의 결정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안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이제 무리하게 방북이나 개성공단 재개만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일단 이달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인 만큼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업인들은 개성공단 중단 3주년을 조용히 보내기로 했다. 오는 11일 국회에서 전문가 등을 초빙해 개성공단의 의미를 짚어보는 세미나를 여는 정도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도 공단 재개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재개'가 아니라 '손실 보상'을 정부에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한용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6일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 중 하나로 개성공단이 논의되고, 궁극적으로는 시설물 점검 차원의 방북이 아니라 개성공단 재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북한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개성공단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먼저 밝힌 만큼,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도 답변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하긴 하지만 일단은 북미 간 논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미 정상회담을 지나서도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재개는 요원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면 개성공단은 가슴에 묻어야겠죠"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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