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한국 증시 부진에 대한 단상

입력 2019-02-03 10:30  

[마이더스] 한국 증시 부진에 대한 단상
미·중 무역분쟁 완화되면 한국 증시가 가장 큰 수혜




요즘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어느 때보다 크다. 경제지표와 기업실적 같은 펀더멘털 지표들이 대부분 악화일로다. 경기선행(동행)지수의 하강세가 이어지고 있고, 수출 둔화 조짐도 뚜렷하다.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 통과와 삼성전자의 2018년 4분기 어닝 쇼크는 기업이익 감소에 대한 우려를 높여줬다. 기업분석가들의 실적 전망치가 계속 하향 조정되면서 1월 20일 현재 2019년 상장사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6.2% 감소로 돌아섰다.
구조적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2018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6년 만에 가장 낮은 2.7%에 그친 데서 볼 수 있듯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반도체 이후 주력산업 부재에 대한 고민,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에 대한 걱정 등 무엇 하나 좋은 게 없어 보인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에 시장 친화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내놓기도 한다.




◇외부 여건 개선되면 탄력적인 한국 증시
이런 우려들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소규모이며 개방도가 높은 시장이란 사실은 한국 증시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다. 내부적인 우려가 크더라도 외부 여건이 개선되면 이에 대해 탄력적인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한국 증시의 완전한 대외개방이 이뤄지고, 중국이 글로벌 경제에 본격적으로 편입됐던 2000년대 들어 한국 증시는 대외 여건의 변화에 민감히 반응하며 움직였다. 특히 중국 증시와의 상관성이 매우 높았는데, 중국 경제가 활황이었던 노무현 정권 때의 코스피 성과는 5년 단임 대통령제 시행 후 가장 좋았다. 당시에도 정부 정책에 대한 논란은 요즘 못지않게 많았다.
이명박 정권 때는 중국 증시에 비해 한국 증시의 성과가 좋았고, 박근혜 정권 때는 한국 증시가 중국 증시에 비해 부진했지만 두 시기를 합쳐서 보면 결국 코스피는 중국 상해지수에 수렴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글로벌 경제와 증시의 전반적인 움직임이 한국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의 조정으로 코스피는 2007년 수준까지 후퇴했다. 물가상승률로 조정되지 않은 명목지표인 주가지수가 10여 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만의 특수성이 발현된 결과는 아니다. 상당수 국가들의 주가지수가 한국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는 2003~2007년에 강세장을 구가했는데, 중국의 고성장이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었다. 2007년은 당시 확장 사이클의 정점을 이뤘던 시기였는데, 2007년의 주가지수 고점을 100으로 놓고 현재 주가지수와 비교해본 결과가 아래 그림이다.




미국 주식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랐고, 내수 비중이 높은 국가(인도·브라질), 자국통화 약세의 수혜를 톡톡히 입은 제조업 강국(독일·일본)들의 장기 성과가 좋았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시장은 2007년 수준에 머물러 있거나 이를 훨씬 하회한다.
중국 증시의 장기 성과가 가장 부진했고,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국가들(한국·대만·홍콩·호주)과 장기 성장 둔화 및 정치적 위험에 노출됐던 유럽(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증시의 성과가 부진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반도체 특수로 2017년 한 해 반짝했을 뿐 장기적으로 별 볼일 없던 한국 증시의 성과 부진에는 한국 고유의 '특수성'과 함께 중국 경기 부진에 노출된 국가라는 글로벌 공통의 '보편성'이 녹아 있는 셈이다.

◇한국 증시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중국
결국 중국이 한국 증시의 중단기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중국 경제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낙관하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투자 중심의 고성장 경제가 소비 주도의 경제로 순조롭게 전환된 사례가 없고, 그동안의 과도한 투자에서 파생된 부채가 앞으로도 장기간 중국 경제의 약한 고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별도로 매우 파괴력이 큰 문제다. 중국 경제에 구조적 모순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중 무역분쟁은 그 어려움을 더 깊게 했다.
필자는 2019년에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과정이 지금까지와 다를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미중 무역분쟁과 관련된 뉴스는 시장의 예상보다 줄곧 더 나빴다. 관세 인상은 트럼프 특유의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사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단행됐고, 중간선거 후 무역분쟁이 진정될 것이란 기대도 잘못으로 판명됐다.
2019년의 미중 무역분쟁이 지금까지 전개된 과정과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은 미국 경기에서도 기인한다. 트럼프 당선 후 미국은 칼을 휘두르는 쪽이었고, 중국은 이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그동안 미국이 공세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경기가 확장 국면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미국 경기도 둔화되고 있다. 2018년 3%에 육박했던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19년, 2020년에 각각 2.5%, 1.8% 선까지 둔화할 전망이다.
미국 경기에 대해 선행성을 갖는 ISM(전미공급자관리협회) 제조업지수의 급락, 뚜렷하게 나타나는 미국 주택시장의 조정 조짐이 향후 경기 둔화의 전조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 효율성을 해치는 보호무역 강화는 미국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보호무역적 조치의 시행으로 미국이 감내해야 할 기회비용도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14일 디트로이트에 모인 미국 자동차 업계 대표들은 트럼프에게 "무역전쟁을 끝내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다. 피아트크라이슬러의 CEO(최고경영자)인 마이크 맨리는 관세 인상에 따라 회사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3억5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와 한국 증시
미중이 본질적인 수준에서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 정도의 절충점이 도출될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미중 무역분쟁의 완화 여부와 관련해선 중국 위안화 동향도 매우 중요한 판단 잣대가 될 수 있다. 2018년에는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극심한 약세를 나타냈다. 위안화 약세는 미중 양국에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 입장에선 위안화 약세가 기업 부채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중국 기업들은 외화 표시 부채를 빠른 속도로 늘렸다. 그 결과 2017년 말 중국의 외화 표시 부채 규모는 1조6천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외화 부채는 글로벌 금융 위기 후 연평균 17.5% 증가했다. 중국 정부가 외채를 늘릴 이유가 없고, 중국 가계 역시 달러 차입의 유인이 거의 없기 때문에 늘어난 외화 부채는 거의 기업 부채라고 봐야 한다.
기업의 외화 부채가 급증한 상황에서 위안화 약세가 나타나면 중국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부채의 실질 상환부담이 커진다.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달러 환율이 7.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이는 위안화 약세를 막기 위한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위안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 시장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줄게 된다.
한편, 위안화 약세는 미국에도 좋지 않다. 미중의 무역불균형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위안화 강세는 중국 내수의 구매력을 높여 수입 제품에 대한 수요를 증대시킬 수 있고, 중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켜 미중 무역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 약세 진정이나 강세 전환은 미중 간 이해관계의 접점이 도출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에 두드러지게 나타났던 위안화 약세가 뚜렷하게 진정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기업실적 전망은 악화되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은 펀더멘털의 이런 후퇴를 가져온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될 경우 한국 증시는 가장 큰 수혜를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학균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sigo1@naver.com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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