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뷰티, 가구, 가전 등의 분야에서 유행을 주도해온 미국 색채기업 팬톤(Pantone)이 2019년을 물들일 '올해의 색'으로 리빙 코랄(Living Coral)을 꼽았다.
바다 생물들의 먹이 겸 안식처인 산호초에서 유래한 코랄은 밝은 오렌지색에 황금빛이 더해진 색이며, 부드럽고 화사한 느낌 때문에 오래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았다. 여기에 굳이 '리빙'을 붙인 이유는 독보적인 색으로 바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산호초처럼 이 색을 통해 사람들이 활기를 찾기 바라는 의미를 담기 위해서란 게 팬톤 측 설명이다.
이를 요약하면 리빙 코랄은 따뜻하고 편하고 발랄하며 교감 능력과 존재감, 생명력이 넘치는 색이라고 할 수 있다.
색 조합 능력이 탁월한 팬톤의 명성 덕에 이들이 발표하는 올해의 색은 각종 제품 개발과 마케팅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소비자 심리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내외 기업들은 앞다퉈 이 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빙 코랄은 뷰티 분야에서 인기를 끌 전망이다. 자연스런 생기와 더불어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헬스·뷰티 전문점 올리브영이 지난 12월 17일부터 올해 1월 7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리빙 코랄 계열의 색조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5% 늘었다.
대표적인 제품은 아이섀도로 140% 늘었고, 홍조를 표현하기 위해 뺨에 바르는 블러셔는 500%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약 20%가 늘어난 전체 색조화장품의 매출신장률을 압도하는 기록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코랄은 립스틱이나 블러셔, 아이섀도 등에서 수요가 꾸준했던 색이지만 팬톤이 올해의 색으로 발표한 후 관련 색상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VDL도 최근 리빙 코랄을 내세운 '팬톤 컬렉션'을 출시했다. VDL은 2015년부터 팬톤이 선정한 '올해의 색'을 자신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제품을 선보였다. 올해 컬렉션은 립스틱·아이섀도·미스트 등 9종으로 구성했으며, 이를 활용하면 더 다채로운 코랄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VDL 측의 설명이다.
의류 브랜드도 리빙 코랄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마크제이콥스는 화려한 느낌의 리빙 코랄 블라우스를, 렐라로즈는 산뜻한 느낌의 리빙 코랄 드레스를, 샤넬은 잔잔함을 강조한 리빙 코랄 드레스 등을 각각 내놨다.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 MLB도 롱패딩, 바지, 티셔츠, 모자 등에 다양한 리빙 코랄을 입힌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중이다.
리빙 코랄 바람은 가구와 전자업계에도 불어닥쳤다. 수입가구 브랜드 도무스디자인은 리빙 코랄을 입혀 거실 인테리어용으로 손색이 없는 강렬한 색감의 안락의자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스마트폰 제조업체 애플은 지난해 말 중저가 모델 '아이폰XR' 6종을 발표하며 코랄 계열을 포함시켰다.
한편 리빙 코랄이 주목받으면서 이와 어울리는 색에도 관심이 높다. 팬톤 측은 주황·분홍 계열과 어우러지면 화사한 느낌이 살아나며, 적색 계열과 조합하면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회색 등 어두운 계열과 연출하면 차분한 느낌이 강조된다고 조언했다.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색'>
감각적인 색 조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팬톤은 1963년 미국에서 설립됐다. 지금까지 1만 개 이상의 색을 표준화하고 새로운 색 시스템을 체계화했으며, 이 과정에서 2000년부터 매년 말 '올해의 색'을 발표했다.
이의 선정을 위해 팬톤 관계자들은 각국의 패션·문화·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를 살피고 수많은 조사·연구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평온함과 차분함을 뜻하는 '셀루리안'에서 출발해 2002년에는 9.11 테러에 대한 추모 의미를 담은 '트루 레드'를, 2009년에는 금융위기 시대를 맞아 희망을 전하는 '미모사'를 선정했다.
이어 최근에는 새로운 시작과 싱그러움을 뜻하는 '그리너리'(2017년), 우아하고 신비로운 느낌의 '울트라 바이올렛'(2018년)을 뽑았다.
이들 색을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활력을 찾을 뿐 아니라 관련된 사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사람들의 삶이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찼으면 좋겠다는 게 팬톤이 '올해의 색'을 선정하는 취지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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