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구조공단 "퇴직금 지급 안 하려고 형식상 위탁계약 맺어"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방과 후 교사가 위탁업체에 소속돼 업무 감독과 고정적 급여를 받았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동안은 방과 후 교사를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간주해 교사들이 퇴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서울 소재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교사로 일하다 퇴직한 A씨가 전문강사 위탁업체인 대교에듀캠프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회사가 A씨에게 퇴직금·연차소급분 등 1천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A씨는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6년 8개월 동안 대교에듀캠프와 위탁사업자 계약을 맺고서 지정받은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컴퓨터 교사로 일했다.
회사 측이 지정한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했고, 학습 교재도 회사가 지정한 것을 사용했다. 회사는 강사들에게 수업 일지를 작성하게 했고, 강사가 짠 시간표 수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퇴직금을 받지 못한 A씨가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제기하자 대교에듀캠프 측은 "A씨와는 근로계약이 아닌 강의 위탁계약을 맺었고, 고정된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으며, 취업규칙 등이 적용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방과 후 교사들이 일을 위탁받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소송을 맡은 법률구조공단에서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임금을 목적으로 회사와 종속적 관계에 있었는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며 "대교에듀캠프는 방과 후 강사들과 실질적으로 고용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형식상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방과 후 강사들의 본질적 업무영역인 수업과정, 시간표 작성, 교재 선택 등이 회사에 의해 정해져 있거나 회사가 상당한 수준의 관리·감독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A씨를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 방과 후 교사들이 회사가 정한 근무 시간·장소에 구속된다는 점 ▲ 수업에 필요한 컴퓨터, 소모품 등을 제공받는 점 ▲ 기본급에 해당하는 최저 수수료가 정해져 있고 직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점 ▲ 강사들이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계약이 갱신되는 점 등도 이유로 들었다.
위탁업체에 소속된 방과 후 강사들을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은 지난 2016년부터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대교에듀캠프는 A씨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명령한 1심 결정에 항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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