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책·자국 우선주의 등 정치철학 면에서 '닮은 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난민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앞세워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45)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닮은 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구애를 하고 있다.
살비니 부총리의 자문을 겸하고 있는 굴리엘모 피키 이탈리아 외교차관은 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영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와 새로운 특수 관계를 맺을 때가 됐다"며 살비니 부총리가 EU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반(反)난민과 함께 반(反)EU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브렉시트 등으로 초래된 EU의 빈자리를 파고들며 세력 확장을 꾀하려 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피키 차관은 "살비니와 트럼프는 이민 문제, 일자리 창출, 국익 보호 등에 있어 공통된 입장을 지니고 있다"며 살비니 부총리가 유럽 내에서 트럼프의 든든한 동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살비니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피키 차관의 평가처럼 실제로 난민 문제에서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유사한 시각을 공유하며 유럽의 주류 정치 세력과 반목하고 있다.
두 사람 다 긴축에 반대하고, 정치적인 엘리트를 혐오하는 포퓰리스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흡사하다.
또, '이탈리아 우선'을 부르짖는 살비니 부총리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닮아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공공연히 비난하면서 국제무대에서 부쩍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로의 난민선 유입을 저지하고, EU의 긴축정책에 반기를 드는 방식으로 EU와도 사사건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그를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내의 최측근으로 공개적으로 인정해준다면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또 한번의 정치적 약진을 노리고 있는 살비니로서는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라는 게 피키 차관의 평가다.
살비니는 유럽의회 선거를 EU 내부의 관료주의, 프랑스-독일의 패권에 저항하는 '전투'라고 칭하며, 선거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까지는 별다른 교류가 없었던 살비니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리는 미국 공화당 최대후원 단체인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회동에서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피키 차관은 예상했다. 살비니는 이 행사에 초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살비니 부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만난 적이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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