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류세? 전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에 살아요"

입력 2019-02-03 09:30  

"지금은 인류세? 전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에 살아요"
상상의 서사 표현하는 젊은 미술가 이피, 에비뉴엘아트홀 개인전
"각기 다른 모습의 나 자신에게서 느끼는 간극, 작업으로 극복"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에비뉴엘아트홀서 열리는 미술가 이피(38) 개인전 제목이다. 전시 제목도 종잡을 수 없지만, 개별 작품은 더 아리송하다.
만다라 같기도, 외계동물 같기도, 잉카 유물 같기도 한 조각 제목은 '내속의나를다꺼내놓고춤추는오늘의나'다. '동물계·척삭동물문·영장류목·사람과·사람속, 혼합 매체'라는 설명은 너무 천연덕스러워 보는 이를 더 당혹스럽게 한다. 전시장에 놓인 다른 작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피(38)는 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들 조각은 제 일상의 감정과 감각, 그리고 사회를 향해 느끼는 것들을 보여주는 '생물'"이라고 언급했다.
가령 멕시코 접경 지역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말했다는 미국 대통령 기사를 읽은 뒤, 분노를 찰흙으로 빚은 작품이 '도널트럼프의혀는억만개'다. 누군가에게 품은 연정을 고백한 날에는 그 요동치는 마음을 한참 주물러 '고백한날의침샘에사는물고기'를 완성했다. 기기묘묘한 조각은 그렇게 "진화의 고비마다 살아남아 내 감정과 사유, 언어가 된 형상들"이다.



이피는 다채로운 상상의 서사를 자유롭게 펼치는 작가다. '산해경'을 비롯한 중국 신화·전설과 심해동물에 심취한 것이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2010년 아트링크 '나의 서유기'를 시작으로 '내 얼굴의 전세계', '당신은 내 파이프와 구멍을 사랑합니까' 등 여러 전시에서 그 결과물을 선보였다.
회화와 조각, 설치 등 30여점을 망라한 애비뉴엘아트홀 전시는 지난 10년간 여러 갈래로 뻗어간 작업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장은 '현생누대 신생대 이피세'라는 시대를 보여주는 일종의 자연사 박물관으로 설정됐다. "지금은 지질시대로 인류세라고들 하는데, 저의 상상동물이 사는 '이피세' 또한 있는 셈이죠."
금빛이 두드러지는 것은 2014년부터 고려 불화를 집중 공부한 결과다. 작품은 번쩍번쩍하지만, '내속에사는나를다꺼내놓고춤추는나', '백개의다른시간을살아가느라울고싶은여자' 등 제목은 작가 번뇌를 짐작게 한다.
작가는 "저는 자신을 늘 이방인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겉으로 보이는 저와 '이피세'에 사는 저 사이에는 굉장히 깊은 크레바스가 존재하며, 그 간극을 작업으로 많이 극복한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4일까지. 같은 전시가 롯데갤러리 영등포점에서 3월 1∼31일 이어진다.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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