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예멘 휴전협정 시급히 준수해야"
사상 첫 아라비아반도 방문 앞두고 관련국에 촉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상 첫 아라비아반도 방문을 앞두고 이 지역을 피로 물들이고 있는 예멘 내전의 종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3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요 삼종기도를 위해 모인 신자들에게 오랜 내전으로 인도적 위기가 커지고 있는 예멘 사태를 언급하며 "당사국들과 국제사회는 휴전협정을 시급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의약품과 식량이 없어 예멘 어린이들이 굶주리고, 죽어가고 있다. 이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의 울음이 하늘에 닿고 있다"며 하루빨리 이들에게 식량과 의약품 등이 배급될 수 있도록 당사자들이 휴전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등에 업은 예멘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군은 작년 12월에 스웨덴에서 유엔의 중재로 평화협상을 벌여 최대 격전지이자 예멘의 물류 요충지인 호데이다 주(州)에서 휴전하고 동시에 철군하기로 합의했으나,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예멘 관련 발언은 이날 오후 역대 가톨릭 수장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의 탄생지인 아라비아반도를 방문하기 직전 이뤄진 것이다.
교황은 가톨릭과 이슬람이라는 서로 다른 종교 간 화해와 협력을 도모할 목적으로 이날부터 오는 5일까지 사흘간 아랍에미리트(UAE)를 찾는다.
UAE는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동맹군의 핵심 일원으로 예멘 내전에서 예멘 정부를 지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시아파 예멘 반군을 군사 지원해 아라비아반도에 교두보를 마련하면 사우디의 안보를 위협한다고 보고 걸프 지역의 수니파 정부를 규합해 아랍동맹군을 결성, 예멘 정부를 돕고 있다.
한편, 2015년 3월 본격화한 뒤 4년 가까이 계속된 예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공식 집계보다 훨씬 많은 6만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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