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6년으로 늘리는 헌법개정 제안…장기집권 지지 움직임 잇따라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집트 의회가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알리 압델알 이집트 국회의장은 3일(현지시간) 의원들이 탄원서를 제출해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헌법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밝힌 것으로 이집트 언론 알아흐람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은 약 125명으로 전체 이집트 의원(596명)의 20%가 넘는다.
탄원서를 제안한 의원 중 한 명인 마흐무드 바드르는 전날 대통령 임기와 관련, "4년은 충분하지 않다"며 엘시시 대통령의 임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집트 의회는 탄원서를 검토한 뒤 헌법 개정의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는 헌법 개정안이 앞으로 의회를 거쳐 국민투표까지 통과할 경우 엘시시 대통령은 최소 2024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작년 3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97%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이집트에서는 엘시시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밀어주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12월 한 이집트인 변호사는 의회가 헌법에서 대통령의 '2연임 금지' 조항의 개정을 논의하도록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행 이집트 헌법상 대통령은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다.
헌법에서 대통령의 2연임을 금지한 조항을 삭제하면 엘시시 대통령은 차기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다.
엘시시 대통령은 2017년 11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3선 연임의 대통령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이집트 헌법을 개정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이 '국민이 원한다면' 등의 단서를 달아 입장을 바꿀 개연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시시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이던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민선 정부를 축출하는 데 앞장섰고 이듬해인 2014년 5월 대선에서 당선됐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엘시시 대통령이 집권 이후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 등 반대 인사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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