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 캠프 위생 열악…수몰 지역, 뎅기열 진원지로 지목
영아 수 십명 '급성 영양장애' 진단…주민들 비축식량도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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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해 7월 라오스 수력발전 댐 붕괴 사고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뎅기열과 영양실조로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태국 일간 더 네이션이 4일 전했다.
인도주의단체들도 이재민 캠프 내 식량 부족과 열악한 위생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이재민인 완 스리파라섯은 지난해 댐 붕괴로 동생이 목숨을 잃고 집까지 떠내려갔다.
이재민 캠프 내에 세워진 임시 가옥에서 지내는 완은 취재진에 "텐트에서 살다 두 달 전에 임시 가옥으로 옮겼다. 공간도 더 넓고 최소한 진짜 지붕이 있다는 점 때문에 더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기쁨'에도 불구하고 이재민들은 또 다른 위협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열악한 위생이 문제다.
빽빽한 임시 가옥 주변에는 어디에나 폐수 웅덩이와 쓰레기 더미, 엄청난 모기·파리 떼가 있다. 음식과 깨끗한 물까지 부족하다 보니 이재민들이 받는 고통은 더 심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물론 이를 막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이재민 캠프에서는 많은 외국 보건단체들이 라오스 보건부 및 지자체와 함께 활동 중이다. 라오스 주재 유엔재해구제조정관도 지난해 10월부터 장티푸스-콜레라 예방주사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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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라오스 보건부는 지난달 아타프주에서 수십 년 사이 최악의 뎅기열 전염병이 발생했음을 인정했다. 보건부는 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사남사이 지역이 뎅기열 발병의 진원지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작년 한 해만 라오스 국민 670만명 중 뎅기열 환자로 확인된 경우만 6천명이 넘고 이 중 19명이 숨졌다면서, 사남사이 지역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사남사이 보건소 관계자는 더 네이션에 "지난해 10월~12월 사이 222차례 뎅기열 환자 치료가 이뤄졌고 3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뎅기열을 옮기는) 이집트 숲모기가 알을 낳는 고인 물을 없애라고 말하고 있지만, 캠프 내에 고인 물과 물웅덩이가 너무 많아 발병률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충분하지 않은 영양섭취는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고통이다. 특히 아동 영양실조가 심각하다.
유엔재해구제조정관은 지난해 10월 생후 6개월에서 59개월 사이 영아 326명을 검진한 결과, 이 중 50명이 '급성영양장애'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정관은 또 댐 붕괴 피해 지역에서 그대로 사는 7개 마을 주민들의 경우 비축 식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은 오는 10월까지는 농작물 수확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7월 23일 아타프 주에서는 SK건설이 시공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보조댐이 무너지면서 5억t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바람에 사남사이 하류 지역 마을이 수몰됐다. 이로 인해 사망자 40명, 실종자 66명, 이재민 6천여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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