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위탁연구 계약 맺는 '산학협력' 방식 제안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에서 과학기술 연구개발(R&D)비를 마련하기 위해 개별 기업의 힘을 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북한은 김정은 정권에 접어든 이후 기업과 개인을 주요 경제주체로 인정하고, 공장과 기업 등에 생산·분배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김일성종합대학학보 2018년 제4호(2018년 11월 발행)에는 '과학연구기관들과 대학들의 연구개발자금 조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은 "과학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과학연구기관과 대학의 역할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라며 "과학기술 연구개발 자금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연구기관과 대학이 자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연구개발자금'이란 새로운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조성하는 기금을 뜻하며,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많은 연구인력이 동원될 뿐만 아니라 최신실험설비가 필요하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이번 논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연구기관과 대학이 국가 예산에만 기댈 게 아니라 개별기업과 계약을 맺고 연구개발비를 충당하라고 제언한 점이다.
논문은 "연구기관과 대학이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일정한 계약에 기초하여 기업체들로부터 동원하는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위탁연구사업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어 위탁연구에 필요한 자금은 기업이 현금 또는 설비·자재 등 현물로 보장할 수 있으며, 연구개발비를 일시에 지불하는 게 어렵다면 연구사업 진행 정도에 비례해 지급하도록 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기관과 대학은 연구성과를 기업에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에 따른 수익금을 일부를 인센티브 형식으로 해당 기업에서 돌려받는 방식으로 자체수입을 조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논문은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연구부문은 가장 큰 이윤을 내는 부문이 됐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인 투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많은 나라에서 대학과 연구기관이 기업의 위탁을 받고 연구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주된 형태"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강국 건설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연구기관과 대학이 정보·인력 등을 제공하고, 기업이 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상호 '윈윈'하는 산학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논문의 이러한 주장은 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연구기관과 기업체들이 긴밀히 협력하여 생산과 기술발전을 추동하고 지적 창조력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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