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유럽·이란 전담 금융회사, 운영 조건 놓고 '삐걱'

입력 2019-02-04 18:27  

첫발 뗀 유럽·이란 전담 금융회사, 운영 조건 놓고 '삐걱'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유럽과 이란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INSTEX)가 지난달 31일 발족했지만 운영 조건을 두고 이란이 반발하고 있다.
인스텍스의 주주인 유럽연합(EU)의 주요 3개국 영국, 프랑스, 독일이 법인 설립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이란에 요구한 조건이 약속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 보도자료에서 "인스텍스는 돈세탁 방지와 돈세탁·테러리즘 자금조달 방지(AML/CFT)와 관련한 최고의 국제적 기준과 EU와 유엔의 제재에 따라 운영될 것이다. EU 3개국은 이란이 속히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이행하길 바란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하미드 바에이디네저드 주영 이란대사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럽은 이란에 새로운 금융 통로(인스텍스)에 대한 조건을 달 권리가 없다. 인스텍스는 그들이 수차례 미뤘던 핵합의 상 의무로 FATF 가입은 가동을 위한 조건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의 이란 의원 호세인 나가비 호세이니도 "인스텍스를 가동한다는 구실로 EU가 조건을 달면 절대 이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며 "EU는 인스텍스를 실행해 핵합의에서 한 약속과 의무를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촉구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부터 FATF 가입과 관련한 4개 법안을 지난해부터 의회에 상정했고 의회는 이를 두 차례 가결했다.
그러나 상원에 해당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모두 이를 반려해 현재 수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이 법안을 가결해야 인스텍스가 제대로 작동한다면서 설득했지만 이란 내 보수세력은 FATF가 요구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서방의 '금융 사찰'을 허용하는 셈이어서 역내 친이란 무장조직과 시리아 정부 등을 지원할 수 없게 된다며 반대한다.
FATF 관련 법안과 관련해 이란은 시한을 앞둔 처지다.
FATF는 현재 이란과 북한을 2단계의 '고도 주의 요구'(블랙리스트. 자금세탁방지제도에 중요한 결함이 발견돼 거래에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국가) 해당국으로 분류한다.
이 기구의 가이드라인은 반드시 지켜야 할 필요는 없지만,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다른 회원국 대부분이 이를 이유로 해당 국가와 금융 거래를 제한한다.
FATF는 이란이 이 블랙리스트에서 빠지려면 이 기구가 정한 가이드라인 10개 항을 이달 안으로 모두 지키라고 통보했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이란이 이달 안으로 FATF 관련 법안을 제정하지 못하면 EU가 인스텍스를 가동할 수 없다고 물러설 형식적 명분이 생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인스텍스를 일단 가동하기 위해 FATF 가입 문제를 순순히 양보하면 탄도미사일 개발, 인권 탄압 등 사안까지 유럽의 압박이 확대된다고 경계한다.
인스텍스는 지난해 5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핵합의를 탈퇴하자 EU가 핵합의를 준수한 이란의 경제적 이득을 보장하기 위해 설립하기로 약속한 금융회사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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