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톨릭 신자…대화 자리 마련에 있어 교황 도움 기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 국가들로부터 사퇴 압력에 직면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긴급 지원 요청을 보냈다.
마두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뉴스채널 스카이TG2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신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하며,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자국의 정치적 혼란을 타개하는 데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편지에서) 교황에게 기독교의 대의 명분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고, 이런 측면에서 교황이 (위기 해결을 위한) 대화를 위한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을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황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이 교황에게 서한을 발송한 사실을 공개한 것은 베네수엘라 사상 초유의 '두 명의 대통령' 사태와 관련,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 이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가들 역시 야권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과이도 의장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지지 표명이 잇따름에 따라 베네수엘라 야권으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퇴진 및 대선 재실시에 대한 더 큰 압박에 처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앞서 멕시코와 우루과이가 오는 7일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베네수엘라 사태의 평화적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인 국가나 기구가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하자 이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과이도 의장은 멕시코와 우루과이의 중재안을 거부하며, 이 회의에 이미 불참 의사를 밝혔다.
지난 3일 아랍에미리트(UAE)에 도착, 역대 교황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종교가 태동한 땅인 아라비아반도에 발을 디딘 프란치스코 교황은 5일 다시 로마로 돌아갈 예정인 가운데, 교황이 마두로의 요청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앞서 교황은 지난 달 28일 파나마에서 열린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한 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는 "베네수엘라 국민 전체를 지지한다"며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교황은 당시 현재 자신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베네수엘라의 유혈 참상 가능성이라며 "공정하고 평화로운 해결책이 도출돼야 한다"면서도,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목회자로서 경솔하고, 해를 미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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