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설 연휴인 5일 국회에서 '김용균법 후속대책 회의'를 열어 고 김용균 씨가 맡았던 연료·환경설비 운전 분야 근로자 2천200여명을 발전 관련 공기업이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김 씨 사망사고 조사를 위한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2인 1조 작업 시행 등도 후속대책에 주 내용으로 포함됐다. 직접 고용을 위해 한전 산하 5개 발전사의 업무와 관련된 공공기관을 새로 만들기로 하고 신분 전환 방식, 임금, 근로조건 등은 발전 5사의 노사와 전문가를 포함한 '노·사·전 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당정이 내놓은 '김용균법 후속대책'에는 '위험의 외주화'를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여론이 반영됐다. 한 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김용균법)'과 함께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경제 규모가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는 산업재해 사망률만큼은 부끄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독보적 1위에 올라 있다. 2017년 한해 산재 사망자가 1천명에 육박하고 이 중 하청업체 소속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발전 분야 산재 현황을 보면 하청 근로자들 처지는 더욱 참담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이 6일 공개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작년까지 5년간 5대 발전사에서 산재로 20명이 숨지고 348명이 부상했는데 사망자 전원, 부상자의 97.7%가 하청근로자였다. '위험의 외주화'가 발전 현장에 만연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용균법' 후속대책의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당정이 내놓은 대책을 보면 아쉬운 점도 있어 좀 더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당장 김용균 씨와 같은 처지의 근로자를 신규 공기업 직원으로 고용하겠다는 방안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국내 공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민간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공기업을 새로 만들어 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효율적이겠냐는 것이다. 공기업 작업 현장에서 위험의 외주화가 만연해진 것은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막대한 적자 규모를 줄이라며 공기업들에 비용 절감을 압박한 이전 정부들 책임도 작지 않다.
위험한 현장에 투입되는 하청 근로자를 허울뿐인 정규직으로 신분 전환만 한다면 김 씨 죽음의 의미만 퇴색시킬 뿐이다. 공기업 직접 고용에만 집착하지 말고 위험 방지 비용의 현실화에 주력하라는 일각의 목소리를 당정이 외면하지 말고 후속대책을 내놓길 바란다. 아울러 노사정 모두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재해를 입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의 격차 및 차별 해소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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