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적 비핵화-상응조치'와 '포괄적인 로드맵' 이뤄지면 최선
영변-제재 북미 '밀당'이 관건…종전선언 '낙관' 기류도 감지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공식화한 가운데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이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초기 조치'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아울러 양측이 일정 수준 포괄적인 로드맵을 내놓음으로써 후속 조치 및 협상 동력을 이어갈 필요도 있다고 봤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6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부분에 있어서 북한도 구체적 조치가 필요하고, 미국도 종전선언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연락사무소 개설, 형식상은 아니더라도 내용상의 제재 완화에 해당되는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제재 예외 등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체적인 로드맵 측면에서도 "전체 비핵화를 '100'으로 보면 일단 가시적 부분을 중심으로 '20'까지는 나아가야 한다"면서 "전체적으로 북한의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사이의 연쇄고리, 이어지는 패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이뤄지면 최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회담의 바람직한 결과는 우선 포괄적 합의를 통해 전체적으로 각자 무엇을 할지 그림을 그리고 이를 어떻게 짜맞출지에 대해서는 일괄 타결이 어려우면 부분 타결을 이루는 것"이라며 "(합의 사항을) 이행한 뒤 한번 더 협상을 하는 방식으로 나머지에 대해서도 타결을 이룰 수 있다"고 봤다.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전 주 러시아 대사는 "북미 정상이 2번째로 모이는 것이니 비중있고 귀한 기회"라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큰 틀이 이번에 만들어지면 그 다음 후속 협의는 쉬워지는데, 큰 틀의 합의를 하지 못하면 어려운 문제가 실무급으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 전 대사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비건-김혁철간 실무 협상이 잘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북미 합의 '디테일'에 있어서는 역시나 영변 핵시설에 대한 신고·검증의 수준과 대북 제재 해제·완화 여부에 대한 '밀당'이 정상회담까지 이어질 북미 협상의 관건으로 봤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이번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에 대한 철저한 신고·검증·폐기는 나와야 의미있는 진전이 있다고 볼만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일부 제재 완화나 '제재 예외'를 줘야 할 것 같은데 과연 미국과 북한이 거기까지 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도 논평에서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및 '플러스알파'에 합의하면 올해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 한반도 종전선언과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남북미중 협상의 개시,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관광 재개 및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공사 시작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북한 비핵화의 제1단계 조치(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뿐만 아니라 제2단계 조치나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서까지 합의하려면, 미국도 제재 완화 문제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우리 정부가 지난해 성사를 목표로 추진해온 '종전선언'이 사실상 합의될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주목했다.
현재 북한 방문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 측이 이를 상응 조치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공식적인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과 다소 이르다는 분석이 엇갈렸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로서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중재', '촉진' 역할을 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이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용현 교수는 "우리로서는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프로세스에 있어 왜 올해 상반기가, 이번 정상회담이 중요한지 끊임없이 미국, 북한과 이야기하면서 그 과정에서 종전선언이나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사안에 대해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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