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철군 시작"…트럼프도 국정연설서 미군 감축 가능성 표명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절반가량을 장악한 반군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국이 최근 회담에서 오는 4월까지 현지 주둔 미군의 절반을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정파 회의에 참석 중인 탈레반 측이 "미군 철수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대외 창구 격인 카타르 도하 정치사무소의 부소장인 압둘 살람 하네피는 "미국은 아프간 주둔군 절반의 즉시 철수에 대해 동의했다"며 "이 같은 철수는 2월 1일부터 시작됐으며 4월 말까지 진행된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에 주둔 중인 미군 수는 1만4천명에 달한다.
탈레반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오는 4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 중 7천명가량이 철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AFP통신은 탈레반의 협상 파트너인 잘메이 할릴자드 아프간 주재 미국특사가 그간 "모든 것이 합의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합의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을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현재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현지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협정을 미국과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하순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벌인 할릴자드 특사는 회담 종료 후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탈레반은 평화협정의 뼈대가 될 원칙에 합의했다"며 "우리는 협정으로 구체화해야 할 초안을 마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양측이 현지 주둔 외국군을 18개월 이내에 모두 철수시킨다는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 신년 국정 연설에서 "미 행정부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포함, 많은 아프간 그룹과 함께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병력을 감소하고 테러 방지대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합의를 달성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20년간의 전쟁 끝에 최소한 평화를 시도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미군 감축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對)테러 병력 외 다른 주둔군을 철수시킬 가능성은 공식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탈레반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대테러 병력을 포함한 모든 외국군이 아프간을 떠나야 한다"고 말하며 '미군의 완전 철수'를 거듭 강조했다.
탈레반은 지난 5일부터 이틀간 모스크바에서 아프간 각 정파와 국외 인사가 참여한 회의에 참석, 아프간 사태 해소를 모색했다.
회담에는 탈레반 대표단을 비롯해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부족 대표단, 국외 인사 등이 참석했다.
탈레반은 2001년 미군 공습으로 정권을 내놓은 이후 최근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5년 전 국토의 72%에 달했던 아프간 정부 장악 지역의 비중이 최근 56%로 떨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은 40%에 못 미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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