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직원들, 인권사각 '유독한' 환경에"

입력 2019-02-07 10:39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직원들, 인권사각 '유독한' 환경에"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 홈페이지 머리에는 다음과 같은 소개 글이 등장한다.
"우리는 모두가 인권을 누리는 세상을 위해 일한다. 전 세계 150여 개국 700만명 이상의 회원이 인권 침해 종식 운동에 참여한다."
1961년 영국 런던에서 발족해 6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지구촌 곳곳의 인권 개선을 위해 뛴다.
그러나 정작 지구촌 인권 개선 활동에 참여하는 직원들은 인권 침해를 비롯한 다양한 내부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적인 개발, 인권, 비상사태 관리 단체를 지원하는 미국 콘테라 그룹(KonTerra)과 심리학자들이 국제앰네스티 국제 사무소 전체 직원의 75%에 해당하는 475명을 조사해 내놓은 결론은 충격적이다.
보고서는 우선 괴롭힘과 공개적인 망신주기, 차별과 직권 남용 등으로 국제앰네스티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유독하다'(toxic)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조직 내부의 갈등은 물론 정실주의와 위선적 행동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는 국제앰네스티의 업무에 반기를 드는 정부 또는 반대조직의 무기로 활용될 수 있고, 결국 국제앰네스티를 위태롭게 한다"고 우려했다.
또 관리자들에 의한 직원 흠잡기, 악의적인 보고 배제는 물론 '너는 똥이야!', '차라리 그만두라' 등의 막말도 다수 보고됐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특히 인종과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 그중에서도 유색 인종 출신 여성이나 성 소수자가 부당한 대우의 타깃이 됐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앰네스티 직원 중 다수는 자기 일을 천직 또는 삶의 이유로 여기지만, 독특한 업무의 특성 때문에 간접적인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시달릴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의 '안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관리 부실과 과중한 업무로 인한 압박으로 나타났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국제앰네스티는 위대한 일로 명성을 얻었지만 정작 직원들이 일하기는 어려운 곳"이라며 "비밀과 불신 그리고 다양한 권력 남용이 존재하는 한 국제앰네스티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애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보고서를 읽는 것은 매우 힘겹고 괴로운 작업이었다며 성명을 통해 3월 말까지는 개혁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고질적 내부 병폐는 지난해 5월 한 직원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호소하며 자살한 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 이후 불과 6주 만에 제네바 사무소의 20대 인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 지기 시작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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