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미래위, 일부 효력 정지 속 존재감 확인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KBS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가 지난 경영진 시절 심의실이 방송 제작 자율성을 침해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조사한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진미위는 양승동 KBS 사장이 취임하면서 전 경영진 때 불공정 방송과 부당 노동행위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최근 법원으로부터 징계 요구권 등 일부 권한에 위법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아 효력이 정지, KBS가 항고한 가운데 진미위는 권한 내 활동을 지속하며 존재감을 나타내는 데 힘쓰는 모양새다.
진미위는 이번에 심의 규정을 위반한 제작자를 제재하는 '심의지적평정위원회'(이하 심의실) 규정이 개정된 2010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열린 총 185차 위원회 결과를 전수조사했다.
조사 결과 공정성, 객관성, 정치적 중립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받은 경우는 모두 8건이었다.
진미위는 "공정성은 단순히 수치적 균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고도의 저널리즘적 판단이 필요한 개념이지만, 사례들에서는 대부분 기계적 균형을 주요 판단근거로 삼아 정부·여당에 불리한 내용이 유리한 내용보다 많으면 이를 공정성, 객관성 위반으로 간주해 제재를 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2014년 5월 7일 'KBS뉴스라인' 국제뉴스 해설 코너에서 기자가 "세월호 사건 국면에서, 검찰의 채동욱 혼외 자식 수사 결과 발표, 혹시 '왜 지금?'이라는 의문 생기지 않으셨습니까?",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던가요? 윤창중 씨도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계셨던 분이죠" 등의 발언을 했다.
이후 이 기자는 심의실 '코너 내용과 관계없는 국내정치 부분을 일방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해 객관성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았고, 3개월 후 코너에서 하차했다.
2011년 3월 5일에는 1라디오 '생방송 토요일 아침입니다'에서 반값등록금을 주제로 다룬 PD가 공정성, 정치적 중립 등 위반으로 심의실에서 경고를 받았다.
진미위는 "이 방송은 선거에 대한 내용이 없었고, 등록금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시 여야가 모두 공감했다. 실현 정책에 대해서도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진미위는 또 공식적인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심의실장이나 심의위원이 제작진에게 수정을 강요하거나 방송 후 제재를 한 사례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2013년 8월 31일 방송 예정이던 '추적60분-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전말' 편은 결방 후 9월 7일 방송됐다. 결방 이유는 '재판 중인 사건이라 방송이 부적절하다'는 사전심의 결과가 유일했고, 사전심의에는 내용에 대한 지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진미위 조사 내용이다.
진미위는 "결방 후 심의위원이 전화로 제작진에게 국정원의 디지털 사진 증거 조작 관련 인터뷰 등에 대해 수정을 요청했다"며 "제작진은 공식적으로 심의평을 써달라고 요구했지만 두 번째 사전심의에도 이러한 내용이 기재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데스킹' 행위"라고 꼬집었다.
진미위는 이어 공식 절차를 통하지 않고 방송 불가나 보류를 결정하는 관행을 비판하며 "규정 개정 시 심의실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하고, 이의가 있을 시 편성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라"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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