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산책] '민모자' 쓰고 PGA투어 데뷔전 나선 최호성

입력 2019-02-07 12:00  

[권훈의 골프산책] '민모자' 쓰고 PGA투어 데뷔전 나선 최호성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낚시꾼 스윙' 최호성(45)이 처음 밟은 미국 땅에서 '아이돌급' 인기를 만끽하고 있다.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는 최호성은 쏟아지는 미국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그런데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 나선 최호성이 쓴 모자에는 대회가 열리는 페블비치골프링크스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골프장에서 관광객에게 파는 모자였다.
연습 라운드 때 쓰고 나온 모자에는 아예 아무런 로고가 박혀 있지 않았다. 이른바 '민모자'다.
최호성은 대회 때에도 '민모자'를 쓴 채 경기에 나선다.
프로 골프 선수가 '민모자'를 쓰는 건 메인 스폰서가 없다는 뜻이다.
최호성은 작년까지 일본이나 국내에서 대회에 출전하면 'MEGA'라는 로고가 박힌 모자를 썼다.
하지만 이 기업은 최호성의 메인 스폰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지인이 운영하는 기업이다. 지원에 대한 감사 표시로 로고를 달았을 뿐 정식 후원 계약 관계는 아니었다.
놀랍게도 최호성은 프로 골프 선수가 된 이후 20년 동안 정식으로 계약서에 서명한 메인 스폰서가 없었다.
모자에 새긴 로고는 늘 '메인 스폰서가 생길 때까지'라는 전제를 달고 새긴 '임시'였다. 클럽을 대준 용품 기업 로고가 많았고 'MEGA'처럼 개인적으로 도움을 준 기업 로고도 적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4차례나 투어 대회 정상에 올랐고 대회 때면 드물지 않게 우승 경쟁을 벌이는 정상급 선수인 최호성이 이렇다 할 메인 스폰서가 없었던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우선 그는 주니어 선수 시절을 거치지 않았다.
골프장에서 직원으로 일하다 독학으로 골프를 배워 26살에 프로 선수가 된 그는 '상품성'을 미리 선보일 기회가 없었다.
게다가 그의 전성기는 너무 늦게 왔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첫 우승을 거뒀을 때 최호성은 35살이었다. 두 번째 우승은 38살 때였고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첫 우승을 따낸 건 마흔살 때였다.
'낚시꾼 스윙'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데 이어 일본 무대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은 그는 45살이 되어서야 PGA투어에 데뷔한다.
이러다 보니 그에게는 "한번 반짝하다 사라질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 다녔다.
골프 선수를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 탐을 낼 조건은 하나도 없었다.
메인 스폰서뿐 아니다.
최호성은 클럽, 의류 등도 계약이 없다. 클럽은 다행히 손에 맞는 제품을 용품 회사가 지원해주는 형식이지만 옷은 직접 사서 입는다.
최호성은 "세계랭킹 200위 이내 선수 가운데 민모자를 쓰고, 경기복을 사 입는 선수는 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성은 AT&T 페블비치 프로암에 출전하는데 필요한 항공료, 숙박비, 현지 캐디피 등도 모두 개인 돈으로 충당했다. 물론 좋은 성적을 내서 상금을 받으면 경비를 빼고도 남는다.
하지만 든든한 후원사를 두고 있어 이런 대회 출전 경비 걱정 없이 다니는 선수와 압박감은 비교하기 힘들다.
최호성은 이번 AT&T 페블비치 프로암 말고도 올해 5차례 이상 PGA투어 대회에 출전할 계획이다.
현재 초청 의사를 보인 대회가 7개가량이다.
스윙뿐 아니라 '모든 게 특이한' 최호성의 '스토리'가 팬과 PGA투어 대회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45살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한번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그리고 왔다면 금방 사그라질 듯했던 그 전성기가 또 다시온 것이다.
다시없는 기회를 맞은 최호성은 그러나 "거액의 후원을 바라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호성은 "아무런 로고도 달리지 않는 민모자를 쓰고 경기를 한다는 건 자존심의 문제"라고 밝혔다.
최호성이 다시 맞은 이번 전성기는 최호성의 가치를 알아주는 든든한 후원 기업과 함께하길 바랄 뿐이다.
kh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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