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고객 에미레이트 소형으로 주문 변경 검토 등 악재 이어져
싱가포르항공 2007년 첫 상업 운항 후 지난해 이어 또 곤경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며 '항공의 미래'로 큰 기대를 모았던 에어버스 A380 슈퍼점보 여객기가 상업적 서비스 개시 후 10여년 만에 존립에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1년 전 최대 고객사의 대규모 주문으로 퇴출을 겨우 면했으나 고객사들의 주문 취소나 다른 소형 기종으로의 변경 추진 등으로 다시 한번 위기에 놓이게 됐다.
호주 국적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은 7일 A380 8대의 주문을 공식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언론이 보도했다.
콴타스항공은 에어버스 측과 협의를 거쳐 지난 2006년의 주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콴타스항공은 현재 12대의 A380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에어버스 측이 예상보다 일찍 A380 공장의 폐쇄를 면밀히 검토하는 상황에서 나와 A380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지난주에는 에어버스 최대 고객인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이 A380의 주문 일부를 소형인 A350으로 돌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에어버스가 엔진공급사인 영국 롤스-로이스 홀딩스와 수개월 간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실패한 상황에서, 에미레이트항공은 두바이신공항(DWC)이 2024년까지 건설되면 현재의 두바이국제공항의 혼잡도를 크게 해소할 수 있다고 보면서 A380 구입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샌디 모리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에어버스가 에미레이트항공 측과 A380 계약 건과 관련해 논의 중이라고 확인하자 "에미레이트 주문의 상당량이 취소되면 A380 프로그램은 끝내야 하는 것으로 본다"며 불길한 징조라고 미국 CNBC 방송에 말했다.
당시 에어버스의 퇴장 가능성에 에어버스와 롤스-로이스 주식 모두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제프리스는 적자 상태인 A380 프로그램을 중단하면 에어버스로서는 연간 3억 유로(3천8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에어버스가 현재 받아놓은 A380 주문은 87대로, 이중 에미레이트항공이 차지하는 것은 53대다. 더욱이 이들 전체 주문량의 많은 수가 잠정주문 물량이라고 CNBC는 전했다.
에어버스는 올해 A380 생산 규모를 8대로 줄였고, 2020년부터는 다시 6대로 줄일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에미레이트항공과의 계약 여부에 달려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해 1월 36대를 사기로 하면서 A380의 수명을 연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에어버스 측은 당시 핵심 고객인 에미레이트항공으로부터 신규 주문을 받지 못하면 A380의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홍콩항공도 지난달 10대의 A380 구매를 결국 포기한 바 있다.
4개의 엔진을 장착한 A380은 2층으로 설계, 500명 이상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로 샤워룸까지 갖췄다. 또 싱가포르항공이 2007년 10월 싱가포르~시드니 항로에서 처음으로 상업운항을 시작했다.
A380가 많은 승객에게 인기지만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꼽히고 있다.
주로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판매량은 목표치에 미달하고 있다.
브리티시항공의 모회사인 IAG의 윌리 월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에어버스가 A380을 더 팔려면 가격을 낮춰야만 한다고 말했다.
A380은 현재 정가가 4억4천560만 달러(5천억 원)이지만, 에어버스 측은 통상적으로 많이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도 미국 시장에서는 단 한 대도 판매되지 않았다.
또 A380으로 '점보제트기'의 대명사 격인 보잉 747을 대체하겠다는 에어버스의 야심은 연료 절감형 보잉 787 드림라이너와 에어버스 A350 같은 기종의 도전에 퇴색되고 있다.
더 가벼워 지면서 에너지 효율은 높인 현대식 항공기들은 영국 런던과 호주 서부 퍼스 간처럼 장거리를 논스톱 운항하면서 비행의 양상을 기존의 허브공항 간에서 특정 지역 간으로 바꿔놓고 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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