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서 부모·동생과 재회 기다린 고려인 4세 비자 받아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암 투병 아빠의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불법 취업했다가 추방된 고려인 후손이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다.
7일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출국당한 고려인 4세 김발레리야(20) 씨가 이달 초 현지 한국대사관으로부터 입국 비자를 받아 가족 곁으로 오게 됐다.
안타까운 사연은 김씨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 2017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교생이었던 김씨에게 아버지 치료비와 다섯 식구 생활비를 마련할만한 일자리는 마땅히 없었다.
젖먹이를 돌보는 어머니를 대신해 돈벌이에 나선 김씨는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노래방 도우미를 시작했다.
김씨는 방문취업(H2) 비자를 받은 부모의 미성년자 동거인으로 한국에 들어와 고교 입학 무렵 재외동포취업(F4) 비자를 받았으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업 규정을 어겼다.
단속에 적발된 김씨는 벌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아버지가 수술만 받으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노래방 도우미를 자처했다.
두 번째 단속에 걸리면서 외국인보호소에 억류됐다가 강제 출국을 당했다.
아버지 암 진단서와 고교 재학 증명서를 보여주며 절박한 처지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김씨는 부모, 동생과 재회를 바라며 재입국을 시도했으나 여권에 찍힌 강제 출국 도장(46-1) 때문에 대사관으로부터 비자를 승인받지 못했다.
강제 추방자의 향후 5년간 재입국을 불허하는 규정 때문이다.
가족과 생이별한 사연이 알려지고, 광주고려인마을과 국내 시민사회단체가 나서면서 대사관은 예외적인 상황을 인정해 김씨의 재입국을 허용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이런 아픔이 반복하지 않도록 고려인 동포를 지원하는 법 개정이 이뤄지기 바란다"며 "특별히 관심 갖고 도움을 준 정부 관계부처에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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