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만난 벤처인들 "글로벌기업들 쉽게 들어와 더 혜택받아"

입력 2019-02-07 18:58   수정 2019-02-07 19:06

대통령 만난 벤처인들 "글로벌기업들 쉽게 들어와 더 혜택받아"
靑 간담회서 건의 봇물…김택진, 국내기업 보호 강조하며 "정부 더 스마트해졌으면"
이해진 "외국기업과 동등한 법적용을"…불확실성과 규제 탓에 투자 유치 애로 지적도
서정선 "北의료환경 열악, 관련 산업 준비 필요"…이승건 "52시간제, 또 하나의 규제"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 한국을 대표하는 벤처기업인들이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혁신 벤처기업인 초청 간담회'에서 그동안 정부 정책에 대해 느꼈던 아쉬운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GIO와 김 대표 외에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권오섭 L&P코스메틱 회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특히, 해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서라도 국내 IT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택진 대표는 "다른 나라는 자국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고한 울타리를 만들어 타국 기업이 진입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해외 기업이 들어오기는 쉽고 자국 기업이 보호받기는 어렵다"라며 "정부가 조금 더 스마트해지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하곤 한다.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해진 GIO 역시 "경쟁사들은 모두 글로벌 기업인데, 그들은 한국에서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인터넷망 사용료나 세금을 내는 문제에 있어서, 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국내기업과 해외 기업들에 적용되는 법안들이 동등하게 적용됐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니콘 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더욱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기를 북돋워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투자유치 등에서 제약을 받는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김범석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 유치가 필요한데, 이를 가로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이나 규제의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뀌는 것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한국은 국민들의 높은 교육 수준과 더불어 소비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속도 또한 빨라서 잠재력이 큰 시장이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승건 대표 역시 "핀테크는 워낙 규제가 많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에게 설명만 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 또한 그들에겐 한국의 제도와 정책에 대한 구체적 데이터가 없다 보니 더욱 투자유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아울러 '52시간 근무제'를 언급하며 "취지는 알겠지만, 급격하게 성장하는 기업에는 또 하나의 규제로 작용한다"며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뤄지는 기업에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엔지니어들의 부족으로 서로 다른 기업의 개발자를 빼 오는 상황까지 연출된다"며 인재양성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서정선 회장은 "바이오헬스는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산업이다. 한국은 우수한 인재, 뛰어난 IT기술 등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민간은 투명하게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규제는 네거티브 규제로,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북한에는 우수한 과학인재들이 있지만 의료환경은 열악하다"며 "북한의 의료문제 해결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바이오산업 트레이닝 센터를 만드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내놔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간담회 중에는 기업인들이 국민들의 '반기업정서'에 대한 우려도 언급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고 부대변인은 "유니콘 기업도 그렇지만, 벤처 1세대 창업주들은 자산규모가 상당히 크다. 참석자들은 규모가 커질수록 국민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현실에 대해 고민을 토로했다"고 말했다.
고 부대변인은 "참석자들은 30년 전의 기준을 지금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디딤판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마무리 발언에서 "반기업 정서는 빠른 시간 안에 해소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다양한 어려움을 해소해달라는 건의도 이어졌다.
권오섭 대표는 "청년들이 취업을 하지 못한다지만, 저희는 구인난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구직자와 기업을 이어주는 취업방송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과 다르게 우리는 판매자와 제조자를 모두 기재해야 하는데, 하나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제안도 함께 내놨다.
김봉진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투자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겠다"며 "정책 목적의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 창업주들이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살펴봐달라"라고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의견을 들으며 "해당 부처에서도 잘 살펴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에서는 기업들에 건의사항에 대한 피드백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고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고 부대변인은 "벤처 1세대 창업자 및 '혁신성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유니콘 기업인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하는 진솔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최근 형성된 혁신창업 열기를 제2의 벤처붐으로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벤처 1·2세대와 정부가 함께 논의하는 소통의 자리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hysu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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