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내주 헝가리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유럽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미국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6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주 헝가리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이날 페테르 시야트로 헝가리 외무장관을 백악관에서 만나 방위 협력과 에너지 다원화,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대응 방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시야트로 장관과 회담 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올해 우리의 목표와 폼페이오 장관의 방문 일정을 미리 살펴볼 훌륭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개헌 의석까지 확보하며 3연임에 성공한 뒤 기독교 민족주의를 앞세워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등 강력한 힘을 휘두르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 유럽 정치 지도자 중 드물게 공개적으로 축하 전화를 걸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전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었던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 양국의 관계는 오바마 정부 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헝가리계 미국인 부호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중앙유럽대학(CEU)을 폐쇄하려던 것 때문에 미국 국무부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고 언론 통제, 야당 탄압 문제로도 미국과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범죄 혐의를 받는 러시아 무기 중개상들을 헝가리가 미국으로 추방하지 않고 러시아로 송환한 것 때문에 미국 국무부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미국 국무부는 헝가리 독립 언론 지원금 사업을 지난해 취소했다.
반면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두 달 간격을 두고 잇따라 만나 정상회담을 하며 우호 관계를 다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 기사에서 오랜 동맹국으로서 헝가리가 러시아, 중국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바라는 미국의 기대에 달리 오르반 총리가 천러, 친중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문 기간 헝가리와 나토 협력·방위 협력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헝가리 방문 일정에 맞춰 폴란드를 방문, 중동문제를 논의하는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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