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생각하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입력 2019-02-08 11:41  

동물도 생각하고 사랑하고 미워한다
동물행동학자 노르베르트 작서 책 '동물 안의 인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우리 인간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여기며 행동해왔다. '이성'이 동물에게는 없고 오로지 인간에게만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과 동물은 근본부터가 아예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확고부동했다.
하지만 학술적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이는 오만과 독선에 가깝다. 사람처럼 우리 주변 많은 동물도 생각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서다. 동물 역시 자기를 인식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인간이 연인을 사랑하거나 헤어졌을 때의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음이 밝혀졌다.
독일 동물행동학 선구자인 노르베르트 작서는 저서 '동물 안의 인간'을 통해 동물과 인간은 결국 하나이며 갈수록 더욱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인간만의 전유물로 여긴 이성은 동물들에게도 있고 감성 또한 인간과 대동소이하다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의 틀에서 인간이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할까.
책의 명칭은 2000년 독일 뮌스터대학교에서 저자가 동료교수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당시 저자는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자연과학과 예술 사이의 대화를 시도했다. 생물학자들과 예술가들의 만남을 계기로 우리 인간 안에 동물적 특징이 무수히 많으며 동물 안에도 우리와 같은 인간적 특징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연구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동물은 생각과 감정, 행동에서 우리 인간을 무척 닮았다. 본능에 따라 일방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유전자와 환경 영향을 받아 다양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고유 성격을 지니며,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거나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동물의 모든 행동을 진화의 산물로 본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동물이 자연선택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좋은 행동을 한다는 얘기다. 즉 번식에 성공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는 점에서 동물과 인간은 결국 같다.
물론 둘 사이에 다른 점은 분명히 있다. 우리 인간에게는 동물들에게 없는 '법'과 '도덕 윤리'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로써 인간은 인간처럼 살고자 하고 이 테두리 속에서 동물과 달리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만 넓히면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같다.
저자는 "우리가 수년 전에 그저 상상만 했던 것들을 넘어설 정도로, 동물과 인간 사이의 공통점이 갈수록 늘어나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며 "동물의 행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과 동물상(動物相)의 학문적 변화에 주목하는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고자 이 책을 집필했다"고 말한다.
문학사상 펴냄. 장윤경 옮김. 336쪽. 1만5천원.


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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